오피니언칼럼
유리벽과 새들의 죽음
박광희 기자  |  history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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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5  15: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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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깔아논 /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 두 놈이 부리를 /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 뜻을 만들지 않고 / 지어서 교태로 /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ㅡ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 그 순수를 겨냥 하지만 / 매양 쏘는 것은 /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박남수(1918~1994) 시인의 연작시 <새>1 이다. 새를 통해 무위자연과 순수를 얘기하고 있다.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노래를 하고,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서로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지며 사랑을 한다. 울어서 뜻을 만들지 않고, 억지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 무한 맹목의 순수다. 인간의 기계문명이 그 순수를 무너뜨리려 하지만, 늘 무너지는 것은 단지 상처 입은 한 마리 새일 뿐이다.

그 새들이‘윈도우 스트라이크’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윈도우 스트라이크’란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환경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2016년까지 6년 사이에 무려 1만6,720마리가 유리벽에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중 67.8%에 달하는 1만678마리가 폐사했다. 이는 최근 6년 사이에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인데, 폐사한 새들 가운데는 특히 솔부엉이, 황조롱이, 소쩍새, 수리부엉이, 새매, 참매 등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조류들을 개체수 별로 보면, 나는 속도가 빨라 유리벽에 부딪히는 순간 폐사확률이 높은 맹금류인 솔부엉이가 1위로 726마리이고, 황조롱이 613마리, 멧비둘기 559마리, 직박구리 459마리, 소쩍새 452마리 등이다.

이같은 현상은 도심의 대형 고층빌딩 외벽이나 아파트 단지의 투명 방음벽 유리창에 반사된 하늘과 자연풍경을 보고 새들이 실제로 착각해 부딪혀 일어난다. 조류들이 무서워 피하는 습성을 이용해 맹금류 그림 스티커를 유리벽에 붙여 새들의 충돌을 방지하는 일명‘버드 세이버(Bird Saver)’장치마련이 그나마 시급하지만, 보급은 미미한 편이다.

오늘도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여객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사이에 하늘을 날던 새들이 대형 탑승동 유리벽에 부딪혀 하나 둘 떨어져 죽어나가고 있다. 한낱 미물인 새 한 마리의 하찮은 죽음이 아니라 지구 자연의 한 부분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레 오싹한 전율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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