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가액 인상에도 그 효과 미미
농업계는 아예 농축산물 제외 요구

우여곡절 끝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우려했던 농축수산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됐고, 경기침체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시행 1년이 지난 법을 뜯어고치는 지경에 온 것이다. 이미 법 도입 전부터 농축수산업계는 ‘선물 대상에서 농축수산물 제외’할 것을 요구했고, 연구기관 등에서도 김영란법으로 인한 농업계 피해를 예측했던 터라 이번 법 개정이 사후약방문이란 얘기를 듣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농업계는 여전히 불만이다. 농축수산물 선물비용을 10만 원으로 올리는 것이 망가진 농식품 산업을 원상복구하기에 턱없이 미흡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화훼나 과수분야는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일단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지만, 한우나 인삼, 굴비 등 일부 품목은 ‘거기서 거기’라는 반응이다. 실제 한우 선물세트나 굴비 선물세트 등은 10만 원 대에 맞추기가 어렵다. 한우농가들은 10만 원으로 선물가액을 높이는 게 되레 수입산 쇠고기 소비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으로 원재료를 50% 이상 사용해야 하는 가공식품도 실제 원재료가 50%가 안 되는 제품들도 많아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정부는 발 빠르게 후속대책을 내놨다. 우선 경조사·선물용 위주의 화훼 소비문화를 생활용 소비로 전환하고, 기업·공공기관 사무실에 꽃을 보급하는 운동도 지속 실시할 예정이다. 과일은 특정시기에 소비가 집중되지 않도록 과일간식과 과일도시락 캠페인을 실시하고, 사과·배 등 6대 과일 중심의 생산구조를 소비자 수요에 맞는 과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배기술 보급과 품종 갱신사업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한우와 인삼은 상품구성을 다양화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고, 식사비가 조정되지 않은 외식업계의 경영안정화를 위해 식품외식종합자금 지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보완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미 공공기관 등에서는 경조사용 난화분 등을 받지 않고 있고, 행여 선물을 받았다가 징계를 받는 선례가 될까봐 선물이나 식사 등을 꺼리는 분위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5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선물 받는 자체가 부담스럽게 된 것이다. 선물이 바로 뇌물이라는 인식이 벌써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농산물 생산정책은 증산에서 고품질로 전환된 지 오래다. 정부는 생산 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을 막고, 시장개방으로 물밀듯 몰려오는 외국산 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련 예산과 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젠 고품질화 정책이 김영란법이란 역풍을 맞아 농업인들에게 족쇄가 됐다. 

부당한 청탁을 통해 부정한 이익을 얻으려는 현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생명산업인 농업이 부정청탁의 매개로 치부된다는 현실이 아이러니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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