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우리나라 근대 단편소설 개척자로 불리는 빙허 현진건(1900~1943)의 작품 가운데 <빈처>와 함께 대표적인 단편소설로 꼽히는 것이 <술 권하는 사회>다. 1921년 11월《개벽》지에 발표한 이 작품은, 일제 치하에서 경제적으로 무능한 조선 지식청년의 절망과 동시에 가정으로부터의 이해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사회적 갈등을 그린 자전적 신변소설이다.

일본 유학파인 남편은 어느 날부터 매일 술에 취해 새벽녘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을 학수고대 기다리던 아내는 어느 새 분결은 사라지고, 누가 이토록 술을 권했던가 하고 원망만 뇌까린다. 취중에서도 남편은 누가 권했을 것 같느냐고 묻는다.

“자시고 싶어 잡수신 건 아니지요. 누가 당신께 약주를 권하는 지 내가 알아낼까요? 저…첫째는 화증이 술을 권하고, 둘째는 하이칼라가 약주를 권하지요.”
남편은 그 말에 고소를 금치 못한다. 그러면서 이 세상 돌아가는 꼴이 술을 필요로 하고, 자기 머리를 마비시키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이 조선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아내는 남편의 괴로움은 아랑곳 않고 무심코“술 아니 먹는다고 흉장이 막혀요?”대꾸한다. 
이 말에 놀란 남편이 황황히 집을 뛰쳐나가자 아내가 절망한 어조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가 술을 마시게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살기가 힘들다고, 취업이 안된다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이래저래 술을 마신다.

그런데 최근 2017년 국세 통계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주류 출고량이 2013년 이후 3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즉, 지난 해 주류 국내 출고량은 368만kl로 전년의 380만4000kl보다 3.3% 줄었다. 주종별로는, 맥주가 198만kl( 전체의 53.8%)로 가장 많았고, 희석식 소주(93만kl), 탁주(40만kl)가 뒤를 이었다. 이같은 주류 국내 출고량은 2013년 이후 소주와 탁주를 중심으로 2년 연속 증가하다가 지난 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감소의 원인으로 김영란법의 시행과 건강에의 경각심, 생활수준 향상으로 와인·양주 등 고급 술의 소비가 늘어난 것을 꼽지만, 전체적인 서민경제 침체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사실상 서민들 삶은 팍팍하다. 그렇기로서니 어스름한 퇴근길 허름한 목로주점에 들러 술한잔 권치 못하는 시린 가슴으로야 어디서 위안을 찾고, 무슨 희망을 쏘아올릴까 싶어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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