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기 위해서는
농업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나서야 한다. 
 
특히 도시 소비자들이 
이 뜻에 공감할 수 있도록 
홍보도 뒤따라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국가가 보장해 줘야 한다.

최근 농업계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헌법에 반드시 조문화돼야 한다’고 범국민적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30년 만에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로 불거졌다. 국가최고의 법규인 헌법에 농업의 가치를 담아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취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헌법에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제껏 온 국민이 누리고 있었지만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는 무관심해 온 게 현실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물이나 공기처럼 매일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 그 고마움을 모른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그동안 농업관련 연구기관에서 기능과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제시한 바 있다. 홍수조절, 수자원 함양, 대기정화, 여름철 기후순화 등 농업의 기능은 국민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이처럼 다양하다. 농업환경보전의 경제적 가치가 총 67조 원에 이른다는 추계다.   

국민 누구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식량자급이 중요하고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쳐대지만 우리 농정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총예산은 429조 원으로 올해보다 약 7% 증가했으나 농업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농업분야의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아 염려스럽다. 최근에는 농업이 국민적 관심사인 식품안전, 쾌적한 휴식 공간 제공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스위스는 공공재로서의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식료기본법에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농정의 기본 이념 중 하나로 삼고 이에 근거해 식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리 농업은 이대로 가면 호전되지 못하고 퇴보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농촌의 노인인구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아지고 사람 보기가 힘들고 아이 울음소리는 명절이나 돼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등에서 농업의 존재이유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농업·농촌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시대가 됐다. 농식품 소비는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하게 됐다. 농촌도 생산의 터로서만 아니라 여가와 휴양의 터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농업·농촌은 농산물 생산을 넘어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 국가는 마땅히 정책적으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농업은 여전히 우리가 지켜야 할 중요한 산업이다.

최근 우리나라 농업 희생을 강요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측이 우리나라에 농축산물 개방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농업계가 걱정이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게 농촌, 농업인의 실상이다. 농가소득은 도시 근로자 소득의 60% 수준까지 낮아져 농업 여건은 더욱 어렵다. 농업의 다원적이고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게 농업계뿐만 아니라 도시민을 비롯한 학계, 소비자 단체, 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 나서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특히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잘 모르는 도시 소비자들이 이 뜻에 공감할 수 있도록 홍보도 뒤따라야 한다.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해 국가 균형발전을 견인해 가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인정받아 마땅하다. 국가가 보장해 줘야 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부의될 개정헌법에 반드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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