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정균박사

원자력발전 중단했던 
영국, 일본 재가동 추진

원자학은 첨단기술의 핵심
원자력 없이는 과학기술 
강국 될 수 없어

지금 우리는 3만 불 소득시대를 견인해낸 중공업, 전자 등 주요 산업에서 에너지원으로 크게 활용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의 존치와 증설여부를 놓고 대립 중이다. 원자력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인 반면, 사고 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확한 국민적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정균 박사를 만나 원자력발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정균 박사는 원자력폐기물 관리와 방사선계측 관련 50여 편의 논문과 10여건의 특허를 갖고 있고, 2016년 IBC 선정 세계과학자 2000에 선정됐으며, 마퀴스 후즈후(Marquiz who‘s who) 세계인명사전에도 등재된 세계적인 원자력 전문가다. 

 

발전단가 낮고 생산효율 높지만 사고위험과 폐기물 처리부담 ‘원자력’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빠르게 전환돼 발전하고 있지만 에너지원이 거의 없는 관계로 국가예산의 상당부분을 에너지원 수입에 투입한다. 매년 국가총수입액의 10% 이상을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LNG) 등 에너지원 수입에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 비율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원자력 30%, 석탄 39%, LNG 22%, 석유 5%며, 신재생에너지는 3% 미만이다. 또, 발전단가를 보면  1kW/h당 원자력 68원, 석탄 74원, 가스 101원, 신재생 157원이다. 이중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태양력, 풍력, 조력, 지열, 폐기물발열 발전 등을 말한다. 

“원자력은 에너지 집적도가 높고 전기 생산효율도 높아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합니다. 또, 석탄, LNG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어 지난 40년간 한국 산업에너지에 중추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다만, 사고 시 큰 피해가 날 가능성이 있고, 발전 부산물로 생기는 방사성폐기물을 지하 깊이 처분해야하는 부담이 있죠.” 

원전 대형 사고를 살펴보면, 소련 체르노빌 사고는 운전원의 엉뚱한 조작실수가 불러온 사고였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지진 여파로 밀려온 쓰나미에 발전소가 침수되면서 일어났다.  

정치․경제적 변수 많은 석유 자연에 의존해는 신재생에너지
석유나 천연가스는 생산국과 강대국간 정치·경제적 전략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요인이 크기에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국은 항상 불안하다. 원자력 발전 연료인 우라늄은 원료비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몇 년 치를 미리 확보해 안정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준 국산에너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석탄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발전량을 차지하는 에너지원이지만, 공해 유발이 크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퇴출시키는 추세다. 천연가스(LNG)는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공해 유발 요인이 적어 현 정부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원료를 계속 수입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또, 인화성이 강하고 대형지진 등 자연재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은 원료비가 전혀 들지 않고 발전설비만 갖추면 되므로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다. 태양광발전은 열대지방이나 사막처럼 일조량이 많고 땅이 넓은 지역에서 유리하지만, 우리나라 같이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는 발전소 부지로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하고, 야산을 깎아내 부지를 확보할 때 환경훼손도 심해 부작용이 의외로 많다. 실제 농촌지역에서는 태양광 패널 반사열로 인해 작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장마철에 태양광발전부지 구릉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 

“태양광발전은 날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밤이나 눈, 비 오는 날에는 전기 생산이 거의 없어 국가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풍력발전도 태양광발전과 같은 장점과 단점을 가졌죠. 바람이 일정속도 이상으로 계속 부는 곳이 적합한데, 풍력조건에 따라 발전 변동성이 크고, 발전부지 인근 주민들이 소음공해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에너지원 빈국…다양한 에너지원 확보해야 
“이 같은 각종 에너지원별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같이 에너지자원이 빈약해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제조업 위주의 국가에서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하며, 그 중에서 발전효율이 가장 높은 원자력을 계속 중시해야 합니다. 현 정부는 국가 에너지원 선정 과정에서 환경적인 측면을 더 중시해 석탄과 원자력을 퇴출시키려 하지만, 환경만을 고려하다가는 더 큰 국가 경제, 안보 위험이 닥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석유파동과 1997년 IMF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에너지는 나라 발전을 위한 밥과 같은 존재라고 박정균 박사는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공업국가는 공장을 활발히 돌리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우리나라는 1950년대 말 이승만 대통령시절에 미국에서 낙후돼 폐기하려는 연구용 원자로를 들여와 원자력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원자력청과 원자력연구소를 설치해 인재를 육성하고 해외로 교육도 보냈죠. 이런 인재들이 계속 연구역량을 키우고, 이 후 유학파들도 합류해 원자력기술 국산화의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그 결실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한국은 원자력기술 선진국대열에 합류했고, 국제 원자력발전 입찰에는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볼 것이 영국과 일본이라고 박정균 박사는 말한다. 각각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여파로 원자력발전을 중단했지만, 원자력 없이는 더 이상 국가 에너지를 충분히 조달하기 힘들고 전기가격이 계속 상승해 할 수 없이 신규 원전을 짓거나 재가동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도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할 경우, 대학 원자력관련 학과들이 폐과될 우려가 크고, 원자로 설계가 주 업무인 한국전력기술(KOPEC), 발전소 건설업체 등이 업종전환이나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원자력 관련 수 백 개 하청업체들과 종업원들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박정균 박사는 우려했다.

박정균 박사는 최근 원자력에 관한 폭넓은 정보를 담은‘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이란 책을 펴냈다. 
“원자력 분야는 핵공학뿐만 아니라 물리, 화학, 기계, 전자, 재료 등 과학기술 전 분야가 총망라된 종합과학이며, 국가 첨단과학기술의 핵심 중의 하나입니다. 원자력 없이는 과학기술 강대국이 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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