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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료 이야기(2)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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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1  09: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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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디 레이디 북(Godey’s Lady’s Book)의 1864년 4월호에 실린 삽화(출처 : The Victorian Web)

소년이 탄생시킨 합성염료
유해성 문제 대두되면서
천연염료 그리움이 커지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식중독의 원인균인 황색 포도상 구균 배양실험에 매달려 있을 때, 그가 페니실린 발견을 기대하거나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았다. 샘플배양접시를 덮어두지 않고 얼마동안 방치해뒀더니, 접시 한쪽에 정체불명의 푸른색 곰팡이가 증식되면서, 그 부분의 균들이 그냥 죽어있었다. 그 푸른곰팡이가 페니실린의 원료가 됐다. 항생제 시대를 열어 근대 의학을 획기적으로 바꾼 엄청난‘사건’은 그렇게 매우 우연히 빛을 보게 됐다. 1만여 개의 조개 내장에서 겨우 1g을 추출하거나, 자초의 뿌리를 찧은 뒤 조금씩 짜내 모셔내던 비싸고 귀하신 몸, 자색 염료가 값싸고 풍성한 화학염료로 대체되는‘사건’도 그렇게 우연히 일어났다. 

1856년 영국 왕립화학대학 학장실 조수로 있던 17세 소년, 윌리엄 퍼킨(William H. Perkin, 1838~1907)은 학장이 과제로 내준 인공합성키니네 제조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시 골칫거리였던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데는 콜롬비아와 볼리비아에서 자생하는 키나나무 껍질이 유일한 치료약이었다. 소년은 콜타르에서 나오는 아닐린(aniline)으로 검은 고체를 얻어내고는, 거기에 알코올을 떨어뜨려보았다. 그게‘일’을 냈다. 시험관 안의 물질이 희한하게도 밝은 보랏빛 광채를 내뿜는 액체로 변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 용액이 묻은 작업복은 아무리 비누칠을 해도 지워지지 않았고, 햇볕에 말려도 탈색되지 않았다. 바야흐로 세계 최초의 인공염료가 탄생한 것이었다. 퍼킨은 이 염료의 이름을‘아닐린 퍼플(aniline purple)’로 정했다가 곧‘모브(mauve)’로 바꿨다. 모브는 밝고 선명한 연보라색의 야생화 이름이다. 퍼킨은 그해 특허를 받은 후 런던 교외에 최초의 화학염료공장을 세웠다. 사업은 쉽지 않았고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퍼킨에게는 절묘하게 운도 따랐다. 

두 여인이 모브의 성공을 도왔다. 한 사람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었다. 그녀는 공주의 결혼식에 퍼킨의 모브 드레스를 입었고, 1862년 만국박람회의 개막식에도 모브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유제니 황후였다. 유행의 선도 주자였던 그녀는 보랏빛이 자신과 잘 어울린다며 모브로 염색한 옷을 주문했다. 

모브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패션계에서는 1860년대를 모브 시대로 불렀고, 퍼킨은 돈방석에 앉게 됐다. 모브에 이어 여러 종류의 인공염료가 속속 등장해 현재 사용되는 약 3500가지의 합성염료가 17세 소년 퍼킨의 업적에서 시작됐다고들 말한다. 퍼킨이 발명한 화학염료는‘자색의 갈증’을 해결한 정도가 아니라 인류 역사와 문화를 바꿔 놓았다. 세계는 한순간에 변했다. 거대한 화학복합 기업들이 염료 시장과 유기화학 분야를 지배하게 됐다. 

그러나 그렇게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화학염료의 유해성 문제가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염료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폐수의 환경오염과 염료 자체의 알레르기성, 또는 발암성 우려 등 인체유해물질들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느새 천연염료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는 목소리들이 늘고 있다. 다 우리가, 인간들이 풀면서 나아가야 할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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