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아이를 낳으면 지역공동체가 
같이 아이를 키워주고
이들이 청년이 된다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문화적으로 지역 정체성을 느끼고 
그것에 애착을 가지며 지키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절벽’은 인구가 어느 시점에서 급감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인구감소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출생률이 떨어지지만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가 크게 줄지 않다가, 고령인구의 생물학적 수명이 다하는 시점에서부터는 급격한 감소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절벽이 오는 시점이 국가 평균적으로는 아직 한 세대 정도 남았을 수 있지만, 특히 낙후된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국가적인 평균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서 진행돼 이미 절벽을 만나고 있다. 절벽은 이내 곧 지역의 소멸을 의미한다. 농촌에서는 젊은 인구가 거의 없이 노령인구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마저 떠난다면 마을이 없어지고, 그렇게 없어진 마을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다보면 지역도 없어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가적 위기이고 국민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일본처럼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에 대응해서 국가총력체제를 갖추고 법제를 서둘러 개편하고 관련자원들을 우선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멸위기 지자체는 이미 80여 개에 이른다. 230여개의 기초자치단체 중 시 75개, 군 69개임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군 지역은 곧 소멸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각각의 농촌지역에서는 지금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면 이미 늦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근 도시로의 인구집중 패턴을 들여다보면 광역 대도시권의 인구는 정체되고 수도권으로의‘일극집중’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이촌향도의‘견인(pulling)’과 달리 지역이 마치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밀어내는, 혹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으면 살 수 없는‘압박(pushing)’형 인구이동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이동한 청년들은 도시에서 결혼이나 출산과 무관한 삶을 살게 된다. 결국 도시는 초저출산율의 문제가 핵심이고, 농촌은 청년층의 유출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지역과 지방자치단체는 인구문제를 단순히 출산율이나 고령화의 문제로 접근하거나, 혹은 농촌의 경제적 성과창출로만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농촌지역에서의 출산율은 대도시 지역의 대략 2배 정도 되기에, 농촌지역에서는 출산율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내로 새로 젊은 사람들을 유치시키는 정책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구유출은 농촌에서 지방도시로, 지방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므로 농촌과 지방도시를 연계한 인구유출 방지책, 소위 말하는‘인구 댐’을 조성하려는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의 젊은이들이 문화유산이나 생태자원, 유휴공간 등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교육과 인생의 기회를 위해 수도권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수도권에서 학교를 졸업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역을 살리고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낳는다면 지역공동체가 같이 아이를 키워주고, 이들이 청년이 된다면 이들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도시에서 느끼는 문화적 수준을 다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두가지 정도는 더 문화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문화적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느끼고 그것에 애착을 가지며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고도성장과 건설의 시대로부터 저성장과 재생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나 과연 우리는 이 새로운 시대에 얼마나 적응력을 갖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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