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여성폭력은 인간존엄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월요칼럼- 박옥임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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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4  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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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성들이 존엄성과 
가치를 지킬 수 있으려면 
인권 관점에서 침묵하지 않고 
객관화해야 한다. 

여성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여성의 폭력문제는 
국가가 선도적으로 적극 
개입해야만 가장 효과적이다.

UN은 11월25을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로 정하고 12월10일까지 16일간을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으로 정해 모든 국가가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을 근절해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25일은 1961년 도미니카공화국의 독재정권에 항거한 세 자매가 피살된 날을 기리는 것이고, 16일간으로 확대한 것은 1989년 12월4일 캐나다에서 14명의 여대생들이 여성혐오증이 있는 남성의 총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데다가 12월10일이 세계인권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하얀 리본’을 패용하는데, 이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고 여성이 당하는 폭력을 묵인하거나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지역에서 여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60대 초반의 농촌여성이 대학생인 딸과 함께 퉁퉁 부은 얼굴로 찾아왔다. 이유는 남편이 공업단지로 편입된 토지보상금을 흥청망청 쓰고 있어 한마디 했더니“남자가 하는 일에 여자가 뭘 안다고 참견이냐”며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온 몸이 시퍼렇게 멍들도록 삽자루로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패대기를 쳐서 그렇게 됐다고 했다. 남편의 이런 폭력은 처음이 아니고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상습적으로 화풀이 하듯이 일삼았다는 것이다.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폭력 때문에 마음이 항상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며 시집 온 이후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도 들고 점점 더 심해져서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 때문에 불면증까지 겹쳐 죽는 것보다는 낫다 싶어 용기를 냈다고 한다. 또한 딸도 어렸을 때부터 험한 욕은 물론이고 주먹으로 맞은 것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하니 낮은 자존감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30대인 아들은 큰 회사에 다니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폭력에 어떤 반응이냐고 했더니“눈치가 있으면 왜 모르겠냐”면서 모른척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무 재산도 없는 어머니 편을 들고 아버지에 반항하면 아버지의 그 많은 재산상속에 문제가 돼 자기가 손해날 것이 뻔한데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피해자를 위해 병원치료를 병행하면서 법적인 증거들을 모두 확보한 후 비상시 안전조치인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농촌여성 스스로가 존엄한 삶의 주체자로서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변화를 모색했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데 급급했고 폭력이 지속적으로 반복돼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자각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세계경제포럼(WEF)이‘2017세계성격차지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44개국 중 118위로 하위권이다.‘성격차’(Gender Gap Index)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남녀평등지수라고도 한다. 국력은 세계 11위라 자랑하는데 성에 따른 차이가 이렇게도 많이 나니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여성들이 경험하는 위험과 공포 가운데 첫 번째로 성범죄를 지목하고 있는데, 강력범죄 피해자의 87%가 여성이라는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더라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아직 우리 농촌에는 한국사회 성차별의 축소판처럼 여성을 통제하는 요소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거보다 자유가 확대되고 인권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농촌여성들이 자신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킬 수 있으려면 인권 관점에서 침묵하지 않고 객관화해야 한다. 여성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여성의 폭력문제는 국가가 선도적으로 적극 개입해야만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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