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성평등한 대중매체 토론회

▲ 성평등한 대중매체 토론회가 서울시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지난 21일 진행됐다.

여성의 순종적․보조적 역할 고착된 TV프로
시청자의 적극적 목소리가 성평등 이뤄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와 눈길을 사로잡는 볼거리에 가려 티비에서 자주 보이는 성차별의 순간들을 우리는 놓치고 있지 않은가? 지난 21일 서울시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과 여성 방송제작자들이 모여‘성평등한 대중매체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의 성차별 문제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시청자, 성차별에 무디다
드라마에서 여성을 벽에 가두고 입맞춤 하는 장면이 주요장면으로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남성의 박력 넘치는 화제의 키스신으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주말가족극의 식사장면은 항상 밥상 중앙에 남편이 앉고 아내와 자녀가 가에 앉는 것이 당연하다. 남편이 귀가하면 아내가 겉옷을 받는 장면, 아내가 사고를 일으키면 남편이 수습하는 장면 등 여성들은 방송에서 순종적인 역할로 그려진다.

예능프로그램의 성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모험을 떠날 수도, 재밌는 토크쇼도 이끌 수 있지만 현실은 화장품이나 성형 프로그램에서 겉모습을 뽐내는 역할에 그친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에 비쳐지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에서 자주 생산되던 익숙한 장면들이기 때문이다.

성평등, 기준점 없던 방송가
올해 대통령 직속의 성평등위원회가 신설돼 지난 1월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양성평등 심의 조항’이 개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가의 성차별 콘텐츠는 재생산되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은 남성 내레이션이, 감성적인 다큐멘터리는 여성 내레이션을 많이 쓴다. 뉴스에서도 기자출신의 남자앵커가 비중 있는 소식을 독점하고 아나운서 출신의 여성앵커는 남성에 비해 설자리가 좁다. 예능프로그램의 자막마저 남성출연자는 분홍색을 쓰지 않고, 여성출연자는 어두운 색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여성 방송제작자는 아줌마 캐릭터를 등장시키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앞치마와 파마머리로 분장시키려 했다고 털어놨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방송 속 성차별의 틈새는 메꾸기 힘들다.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는 방송에 여성들이 문제를 지적할 수 있어야 텔레비전 밖에서도 남녀로 나뉘지 않는 평등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곱씹었을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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