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구절벽 지방소멸

여성의 역할 간과가 농촌인구 감소 원인
2030여성 위한 인프라와 미래농업이 해결책

일본 총무성 장관(우리나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의 책 <지방소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내용은 도쿄로 계속 인구가 집중되면 869개 일본 지자체가 30년 내에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일본의 수도인 도쿄마저 소멸의 길로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이 책 내용이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 충격을 던진 이유는 일본의 지방소멸 예측치에 비해 경북, 전남, 강원도의 지방소멸 징후가 더욱 심각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1~5명 이내가 대부분인 현재의 농촌 모습과 65세 이상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방소멸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농업 대안제시 못하면 ‘지방소멸’
이와 관련해 최근 경북 영양에서는‘영양군 인구 유입 활성화’를 위한 특강과 토론회가 열렸다. 영양군은 1973년 7만 명이었던 인구가 45년이 지난 지금 지자체 인구 최하위에다 소멸위험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이번 토론회가 갖는 의미가 더 컸다.
특강에 나선 국토연구원 구형수 책임연구원은“지역인구 증대를 위해서는 이제 정주인구 늘리기에서 유동인구 늘리기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전대욱 수석연구원은 일본 나가노 신코마치와 우리나라 강원도 홍천군의 인구증대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그는“인구 2200명의 시골마을인 일본 신코마치는 도시민을 대상으로‘전원생활체험회’를 개최하고, 휴경지와 빈집을 활용한 가족단위 이주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천군에 대해서는“연간 귀농귀촌 인구가 1000명을 넘어서고 있어 현재 7만 명선인 인구가 2020년에는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높은 점수를 줬다.

2030 여성 위한 환경·문화 조성돼야
우리나라가 인구증대 정책을 본격화 한 것은 2005년부터다. 12년 전부터 정책을 펴 왔지만, 이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할 아무 근거도 없다. 마스다히로야의 책‘지방소멸’을 보고 화들짝 놀란 지자체들이 서둘러 대안마련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문제해결 접근방식은 기존의 접근법과는 완전히 차별화돼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지금까지의‘다자녀 갖기 장려정책’또는‘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남성 중심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지방인구 늘리기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산업기반이나 생활환경에 따라 대도시에 편중된 젊은 여성을 일시적으로 지방으로 유인해도 생활 편의시설 부족, 의료시설 미비 등으로 지방소멸의 위험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상호 연구위원은“젊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나 문화와 같은 인프라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표피적인 처방에만 집중하는 것이 절대 해결책이 되지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근본적 대책보다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던 인구 늘리기 정책, 매년 쏟아져 나오는 인구 늘리기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보면 그것은 농촌지역에서, 또 지방에서 여성의 역할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농촌서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줘야

日, 지역이벤트 비용 아껴 양육비 예산 마련
비교우위 분야로 새로운 기회 갖게 하는게 중요

도시민이 오는 日 나기초마을
최근 대구MBC는‘인구지진 당신의 고향이 사라진다’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구절벽의 대안으로‘젊은 여성이 살기 좋은 마을’,‘지방소멸-농업이 해답’이라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젊은 여성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일본 나기초마을을 소개했다. 나기초마을은 최근 10년새 출산율이 2배로 늘어난 시골마을이다. 이 마을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학교가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청정지역이라서 아이들은 늘 자연을 함께하고 친구들과 함께 구김살 없이 커갈 수 있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자체의 든든한 지원도 나기초를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로 만들고 있다. 
이곳은 아이들 수에 관계없이 18세까지 의료비가 무료다. 또, 셋째는 다른 지자체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다. 

나기초 마을이 운영하는‘차일드홈’도 젊은 여성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 중 하나다. 유치원 입학 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부모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과 정보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교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 간의 정과 동질감,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까지 느낄 수 있다. 
나기초 마을이 설립한 공공주택은 출산양육과 교육, 일자리 지원 등과 함께 나기초 부흥의 핵심정책 중 하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작은 지자체에서 이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재원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시 관계자의 대답이 놀랍다. 
“지역의 이벤트와 행사비용을 줄인 예산으로 양육비 지원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매년 5월과 10월이 되면 전국의 지자체마다 쏟아내는 수없이 많은 축제와 이벤트 비용만 아껴도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답변이 참으로 놀랍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더니…
시골마을에 아이들 울음소리 들어본지 오래라는 말들이 농촌에서는 이제 전혀 색다른 뉴스가 되지 못한다. 단 한 명의 초등학교 입학생을 축하해 주기 위해 마을주민을 포함해 약 70~80명이 모이는 일이 매년 3월이면 펼쳐지고 있다. 그나마, 한 명의 아이마저 입학을 하지 않으면 지방소멸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1970년대‘하나만 낳아도 3천리는 초만원’,‘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등의 표어로 출산억제 정책을 펴던 모습과 견주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아이 한 명이 중요해진 것이다. 당장의 비용적 측면만을 고려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정책과는 달리, 교육당국은 농촌 폐교정책을 지속해 왔다.

앞으로 30년 이내에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경북, 전남, 강원도의 지자체들은 대부분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지역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계속된 농업홀대가 지방소멸을 가속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농촌에서 성장해서 살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이것이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현명한 답이 아닐까?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도시지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을 조금 더 잘하게 만들고 젊은이들이 거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새로운 것을 억지로 유치하기 보다는 그 중 비교우위에 있는 농업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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