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정원문화 트렌드를 엿보다

▲ 순천만국가정원 한국정원에 재현해 놓은 ‘창덕궁 부용정과 부용지’.

한국정원, 자연의 흐름에 순응해 만든 게 특징
화려한 건축재만 빼면 녹아있는 정서는 동일

한국정원에는 반드시 연못이…
순천만국가정원 동문에는 이탈리아정원·영국정원을 포함해 태국·스페인·일본·터키 등 세계의 정원들이 자리하고 있다면 서문 오른쪽 언덕배기에는 ‘한국정원’이 조성돼 있다.
숲과 물길, 나무와 꽃, 이끼, 연못 등의 조성을 자연의 흐름에 순응해 만든 것이 한국정원의 특징이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정원’은 임금이나 양반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화려한 누각과 건축자재 등 재료의 차이만 빼면, 그 속에 담긴 정서는 동일하다는 점이 놀랍다. 담장 안팎 자연의 소통을 도모하고 연못 조성을 통한 도가적 사상이 한국의 정원에는 공통적으로 반영돼 있다.

경복궁의 경회루나 창덕궁 애련정 등 궁궐에 조성한 화려한 누각 조성을 일반 서민들이 감히 흉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원을 조성한 사상과 정신만은 동일하다. 요즘, 청년들이 흔히 말하는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되뇌는 정신세계의 동일성이 한국정원에서는 빛난다.

궁궐 정원에서 서민 정원까지
순천만국가정원 서문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궁궐의 정원’, ‘군자의 정원’, ‘소망의 정원’ 등 세 가지 테마로 조성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 세 가지 테마 속에서 부용정·어수문·서석지와 경정·광풍각·세심정·세검정을 만날 수 있다. 어수문을 통과해 처음 만나는 황홀한 누각이 바로 서울특별시 종로에 위치한 창덕궁 후원에 있는 부용지와 부용정이다. 궁궐정원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부용정을 재현해 놓았다.

부용정을 지나 오른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조선 광해군 때 정영방이 지은 서석지와 경정이 나타난다. 광해군의 실정과 당파싸움에 회의를 느낀 정영방은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경북 영양군에 ‘경정’과 ‘서석지’를 짓고 은둔 생활을 하며 후학들을 가르친 곳이다. 경정에도 동일하게 연못이 등장한다.

경정을 지나 오르막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면 ‘광풍각’이 나온다. 광풍각은 양산보의 스승 조광조가 유배에 이어, 죽임을 당하자 출세의 뜻을 버리고 은둔하고자 지은 소쇄원의 별당이다. 광풍은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명한 바람을 기다리는 곳의 의미를 담고 있다. 광풍각 아래는 담양 소쇄원이 계곡물을 그대로 살려 정원을 조성했듯, 돌돌돌 계곡의 흐르는 물길을 그대로 살려 두었다.

여기까지가 ‘궁궐의 정원’이고 ‘군자의 정원’이다. 왼쪽 감나무 두 그루를 지나 숲길을 따라 좀더 올라가면 서민들의 기복신앙을 담은 ‘소망의 정원’이 나타난다. 

우리 조상들은 바위 하나 돌 하나도 소중히 여길 만큼 자연을 신성시 했고, 자연은 간절한 기도의 대상이기도 했다.

폭포 아래 바위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두 손 모아 빌던 우리의 옛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 어수문

산림청, 해외조성 한국정원 보수
2018년부터 산림청은 해외에 조성된 한국정원에 대해 적극적인 보수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20년 이상 경과된 정원들 중에서 약 7개 정원은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9개 정원은 집중적인 관심과 예찰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4개 정원은 아직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외정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은 외국인들은 한국의 정원을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사람들은 프랑크푸르트나 뮌헨에 조성된 한국의 정원을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는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정원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어 현지 주민들이 매우 안타까워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프랑크푸르트 소재 한국정원을 2018년 최우선적으로 보수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혹시라도 외국의 정원유형만 쫓다가 한국의 정원 그 고유의 가치는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허균 우리문화원 원장은 우리 정원의 특징을 중국과 일본의 것과 비교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정원은 석가산(石假山)과 태호석(太湖石) 등 돌을 많이 쌓아 인위적 공간을 조성해 마치 잘 짜인 연극무대를 연상케 하고, 일본은 회화적 구도를 중심에 둔다.”

순천만국가정원 서문에서 한국의 3대 정원과 서민들의 기복신앙을 반영한 ‘소망의 정원’을 공부했으니, 이제부터는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담양 소쇄원·비원·명옥헌 원림·청평사 문수원 등 한국의 유명한 정원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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