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22)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반쯤 깨진 연탄 /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 >의 일부다. 개발시대 서민의 애환 서린 연탄의 미덕을 얘기하고 있다. 이 시로 해서 안 시인은 한때 ‘연탄재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름 15cm, 높이 14cm, 무게 3.6kg, 구멍 22개. 장당 573원… 이 연탄이 최근 때이른 추위 탓에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가격이 인상돼 바닥 서민들의 가슴을 시리게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석탄과 연탄 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행될 G20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계획도 가격 인상의 한 요인이 됐다.

우리나라에 연탄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20년대다. 당시 일본인이 평양광업소를 세우면서부터인데. 구멍 없는 조개탄·주먹탄 형태에서 점차 구멍수가 다양한 9·19·22·25·32 공탄이 나왔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크게 사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9공탄이 나왔는데, 1965년 삼천리 연탄기업사에서 22공탄을 생산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66년과 1974년 오일쇼크를 전후해 공급량 부족으로 큰 연탄파동을 겪으면서 ‘검은 보석’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중반 이후 연탄산업은 시나브로 내리막길을 걸어 한때 374곳이던 연탄공장이 47곳(2014년 기준)으로 줄었다.

연탄 사용 가구수도 지난 2006년 27만100가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이 올해 13만464 가구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가장 큰 감소 이유는, 경기성장과 소득 향상이라는 긍정적 요인보다는, 도시 재개발에 따른 이사와 노인성 질환에 의한 고령층 사망이라는 부정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조사주체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은 밝혔다.

앞으로 2~3년 내에는 연탄 사용 가구수가 10만가구 이내로 줄고, 오는 2020년에 가면 5만 가구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지난 날의 추억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버거운 삶을 버티게 해 주는 생명줄인 연탄… 우리 모두가 그 연탄처럼 끝까지 활활 타오르는 인생이기를, 뜨거운 생명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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