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건강정보

▲ 생체 폐이식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사진 왼쪽)와 오화진양 가족.

미국·일본 합법적 수술… 완치 판정 5년, 생존율 75%

폐이식 대기자들에게 큰 희망 
국내 의료진이 부모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딸에게 이식하는 ‘생체 폐이식’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지난 10월21일 말기 폐부전으로 폐의 기능을 모두 잃은 20살 오화진씨(여)에게 아버지 오승택씨(55세)의 오른쪽 폐의 아래 부분과 어머니 김해영씨(49세)의 왼쪽 폐의 아래 부분을 떼어 이식해주는 생체 폐이식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해  현재 회복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생체 폐이식 성공은 국내에서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는 300여 명의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폐는 우측은 세 개, 좌측은 두 개의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폐암 환자가 폐의 일부를 절제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생체 폐이식은 기증자 두 명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내 이식하는 것으로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안전한 수술법이다.

오 씨는 2014년 갑자기 숨이 차고 몸이 붓는 증상을 경험한 뒤 병원을 찾았다가 ‘특발성 폐고혈압증’으로 진단받았다. 이 병은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폐동맥압의 상승을 가져오는 질환이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가 어려워지고, 다시 폐에서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심장은 과도한 운동을 하게 된다. 결국 심장 운동에 과부화가 걸리면서 심장과 폐 모두 망가지게 되며, 언제든 급성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주로 20~30대에서 많이 발병하고 우심실 기능부전이 주된 사망원인이다. 

폐 기증 대기기간 평균 4년
국립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뇌사자 폐를 기증받기 위해 폐부전 환자가 대기하는 기간은 평균 4년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만 2014~2017년 7월까지 뇌사자 폐이식 대기자 68명 중 32명의환자가 사망했다.

오 씨의 아버지는 지난 8월 국민신문고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아산병원은 흉부외과, 마취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감염내과 등 소속 의료진 50여 명이 지난 10월21일 오 씨 아버지의 우측 아래 폐와 어머니의 좌측 아래 폐 일부를 각각 딸의 오른쪽과 왼쪽 폐로  이식수술하는데 성공했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생체 폐이식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하게 돼 기쁘다.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하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법을 제시한 중요한 수술”이라며 “기증자 폐엽 절제는 폐암 절제수술의 경험으로 흔히 시행되는 안정성이 보장된 수술”이라고 강조했다.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은 화진씨는 수술 후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지난 6일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현재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생체 폐이식술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일본은 1년, 3년, 5년 생존율이 각각 93%, 85%, 75%로 국제심폐이식학회의 폐이식 생존율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생체 폐이식 수술의 의학적 안전성을 인정받아 생체 폐이식술이 꾸준히 집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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