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코미디언 서인석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웃음은 행복을 여는 열쇠

정치 개그는 트로트처럼
재미와 쾌감 지녀

요즘 우리는 북한 김정은의 수소폭탄급 핵무기 개발에 따른 전쟁도발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면서 극도의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촛불정국으로 빚어진 세대 간 갈등과 반목도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계속된 불안정국과 경기 침체로 국민들 대다수가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웃음이 절실한 시기에 해학과 풍자가 깃든 유머로 사람들의 마음를 위로해주고 있는 
코미디언 서인석씨를 만났다. 그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과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88년 신인무대 대상으로 데뷔, 신인시절부터 풍자코미디 선보여
서인석씨는 K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30여 년의 세월 동안 방송과 공연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오고 있다. 그는 1987년 KBS의 ‘신인무대’로 코미디언부문 대상(大賞)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후 88년 KBS 스타탄생 대상과 90년 KBS 개그콘테스트 금상 등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인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신인시절부터 당대 유명 코미디언인 이주일·김형곤과 풍자코디미들 선보이며 풍자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때 서 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한 정치개그를 선보였는데 이로 인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두 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웃음은 소통 풀어주는 활력소
서인석씨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웃음은 행복을 여는 열쇠’라고 했습니다. 저는 ‘웃음이란 음식에 들어가서 맛을 내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웃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막힌 소통을 시원히 풀어주기도 하죠. 때문에 코미디언은 ‘대중의 삶에 깃든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고 웃겨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희극은 정치를 비틀고, 꼬집고, 풍자해 대중에게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는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또 정치개그는 수용력과 파장력이 크기에 정치 편향적 개그가 아닌 올바른 논리와 근거를 통해 국민의 원성을 대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록 정치개그가 무거운 소재이기는 하지만 마치 신나는 트로트를 부르고 듣는 것과 같은 재미와 쾌감을 지녔다고 했다. 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풍자와 비판으로 대변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정치개그에 주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애인이나 불우한 서민을 비하하는 치졸한 개그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형곤과 코미디언 클럽 설립...정치 개그로 크게 인기 얻어
서인석씨는 옛 야담이나 설화의 소금장수 얘기나 호랑이에게 떡을 주면 잡히지 않는다는 고루하고 진부한 소재의 희극에는 관심이 없다며 그가 정치코미디에 빠져든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코미디언에 데뷔하고 10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선배인 김형곤씨가 찾아왔어요. 그는 정치개그를 하는 코미디언 클럽 설립을 제안했습니다. 둘이 의기투합해 미국 할리우드에 있는 ‘래핑팩토리(웃음공장)’와 뉴욕에 있는 ‘고당’이라는 코미디언 클럽을 둘러 본 후 한국 최초로 코미디언 클럽을 설립했지요.”

이듬해인 1989년 김형곤씨는 신사동 사거리에 50평 규모의 건물 지하에 코미디언 클럽을 오픈한다. 마치 창고와 같은 초라한 인테리어였지만 출연진은 화려했다. 

“김형곤을 필두로 서인석, 전유성, 심형래, 엄용수, 김한국 등 국내 최정상급 입담꾼들과 원조 이미테이션 가수인 故 너훈아, 조영필, 마술사 이은결 등이 함께하며 대한민국을 웃음바다로 들썩이게 만들었었죠. 방송에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했었죠. 전·현직 대통령을 비틀고, 꼬집고, 매회 대성황을 이뤄 지방에서 올라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관객들이 부지기수였죠. 관객으로 박찬종, 이인제, 김우중 대우회장, 김석원 쌍용회장 등 정·재계 유명인사들도 많이 왔어요.” 

연극은 노래와 달라서 한번 한 얘기를 되풀이 할 수가 없다. 정치개그는 그 특성상 상대와 대면하기보다는 혼자 서서하는 ‘스탠딩코미디’를 주로 한다. 혼자서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헐뜯고 비틀고 풍자해 관객을 웃긴다. 소재와 극본은 모두 출연자의 몫이 된다. 그러다보니 서 씨는 이제 정치기사를 보면 순간적으로 극본 구상이 떠오른다고 한다.

서인석씨는 코미디계의 전설 김형곤씨와 함께 코미디클럽에서 20여 년간 공연하며 대한민국 스탠딩 코미디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 또한 방송인 자니 윤과 함께 스탠딩 코미디공연을 한 이후 개그콘서트 서수민 PD와 함께 스탠딩 코미디인 KBS 폭소클럽을 최초 기획하고 출연했다. 

코미디언 클럽은 김형곤이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방황하다 2009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후 서인석씨는 연세대학교 동문회 주관 행사의 전속 사회자로 활동했다. 그리고 대우자동차 ‘티코’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했다. 서 씨는 웃음을 좋아하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나라가 커진다고 말했다. 

역시 그는 천생 코미디언이다. 코미디언 클럽 해체 이후 그는 ‘사오정 시리즈’와 ‘최불암의 허무개그’, ‘욕 시리즈’ 등 새로운 유머 장르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서 씨는 아이넷 TV의 ‘니나노 차차차’에서 극본을 쓰며 이용식, 이정표와 함께 출연하고 있다. 

각 계층·인물에 맞는 웃음코드 찾기에 분주
그는 요즘 교수나 부두 노동자, 시골 할머니 등 각 계층과 인물의 격(格)에 맞는 웃음 코드 찾기에 분주하다고 했다. 

서 씨는 지난 8월에 그가 작년 후반기부터 올 전반기 동안의 이른바 ‘탄핵정국’에 대한 정황과 개인적인 의견을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썼던 칼럼들을 모아 ‘나는 코미디언이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그의 코미디언 생활 30년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따뜻하고 푸근한 좋은 글들이 담겨있다. 단순한 개인의 생각노트가 아닌 사람 사는 희로애락과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을 감정이나 생각, 가볍게 짚어주는 재미,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소재인 유머도 들어있다. 책 수익금은 (사)여성들이 행복한시대(여행시)가 함께하는 길거리 청소년들의 올바르고 건강한 생활환경 만들기와 재활교육, 올바른 일자리 만들기에 쓰인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성인이 웃는 웃음 클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한 농촌, 농민대상 코미디를 개발해 어려운 농민들에게 활력과 웃음을 전하고, 청년들의 귀농을 촉구하는 코미디를 꼭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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