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슈-성폭력 심포지엄

▲ 지난 1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현황 및 개선방안 모색’ 심포지엄이 열려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최근 문화계와 대기업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우후죽순으로 보도되고 있다. 사건을 살펴보면 대부분 남성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성폭력을 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주관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현황 및 개선방안 모색’을 주제로 2017 해바라기 학술․정책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피해자에 수치심 강요하지 말아야
“고소해봤자”…가해자에 솜방망이 처벌

최근 뉴스를 보면 여성을 위협하는 성폭력 사건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있다. 특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성희롱하는 것은 물론,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연구’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64세 미만 남성 2000명 중 교제 중인 연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심리‧정서적, 성추행 등을 최소 1번이라도 한 경험이 있다고 한 남성이 1593명으로 79.7%로 연인 사이의 데이트폭력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현황 및 개선 방안 모색 : 문화 예술계 중심으로’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여성예술인연대 소속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는 “문화예술계의 성폭력은 다른 분야의 성폭력과 조금 다른 양상을 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문화계 구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면 예술가 꿈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라면서 폐쇄성이 강한 문화예술계 상황을 지적했다.

지위 이용한 성폭력
문화계 넘어 직장 내에서도 만연

학연과 지연 문화가 팽배한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목소리는 묻히기 마련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지난 15일 고용노동부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직장 내 성폭력 등의 방지를 위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직장 내 성희롱 지도 감독 강화 ▲사업장 내 성희롱 예방․대응 장치 강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일반국민 인지도 향상 ▲조직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 등이다.

이처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기관에서 다각도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강요한다. 지난 7월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에서는 박하연 서울지방경찰청 경사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강요하지 마세요’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박 경사는 당시 강연에서 “피해자들에게 ‘당시 수치심을 느꼈느냐’고 묻지만 수치심은 스스로를 부끄러워 느끼는 마음”이라며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경사는 “이처럼 피해자들은 성희롱, 성폭행 당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분노와 혐오를 느낀다”고 말했다.

수치심을 강요하는 것 외에도 우리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고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폭력을 신고한 여성을 두고 “꽃뱀 아니야?”, “돈 때문에 그러냐”라는 말을 던진다. 또한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싫은데 모텔은 왜 쫒아갔냐”며 피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우리는 여기서 앞선 말했듯 ‘우월적 지위’를 다시 한 번 언급할 수 있다. 남성들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집에 가면 회사생활에 불이익을 주겠다” 등의 협박을 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권력차이를 모면하기 위해 가해자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건의 본질은 파악하려 노력하지도 않고 성폭력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고 가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나 사내에서 일어난 성폭력은 가해자인 남성보다 피해자인 여성을 몰아세우며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된다. 피해자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과 가해자에 대하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되면 피해자들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할 것이며, 결국에는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날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다들 피해자에게 잘 대처하라고 말한다. 예방법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조심하면 된다고 말한다. 과연 성희롱과 성폭력이 피해자가 조심한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해자가 시행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조심할 필요도 없다. 잘못을 피해가라고 말하기 전에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잘못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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