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21)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자연주의 철학자인 스콧 니어링은 평생을 아내인 헬렌 니어링과 함께 웰 빙(well-being) 실현에 힘썼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친교 네 시간의 짜여진 하루 일과를 55년간 실천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 역시 품위와 존엄이 있는 웰 다잉 (well-dying)으로 마무리 했다. 그는 죽음이란 다만 성장의 마지막 단계이자 자연스러운 생명의 법칙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미리 죽음을 계획했다. 100세가 되던 1983년, “이젠 떠날 때가 됐다”며 백번째 생일 (8월 6일) 한 주 전부터는 채소와 과일주스 만으로 연명했으며, 나중에는 물만 마시며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죽음에 다가갔다. 일체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의학적 배려도 거부하고, 고통을 줄이려는 진통제, 마취제의 도움도 물리치고, 물과 음식조차 끊고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죽음을 맞았다.

그가 숨을 거두기 전, 아내인 헬렌 니어링이 남편 곁에서 나지막하게 독려의 말을 속삭였다.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당신은 훌륭했어요. 당신 몫을 다했어요.… 빛으로 나아가세요.” 
그 말을 듣고 난 스콧 니어링은 또렷한 정신으로 입을 떼고 지상에서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굿(Good, 좋아)”

요즘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 문제가 뜨겁게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2016년 발의된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결정에 관한 법률안’(존엄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부터 전면 시행되는데, 그 전 지난 10월23일부터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전국 10개 지정병원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산소호흡기 가지고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우리 그런거 없이 빨리 가자고…”(김모씨·71세)
“유방암 수술에 자궁암 수술에 쓸개도 뜯어내고… 그러고 나니 더이상 아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이모씨·82세)  
“마누라도 이혼해 없고 자식들 모두 큰 직장에 다니지만 연락도 안되고… 부담 주기도 싫고…(박모씨·77세 )

문의차 병원 상담센터를 찾은 노인들 말이다. 모두 자신들 문제보다는 자식들을 걱정하고 있다.
마지막 떠나는 마당에서조차 자식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씀씀이가 짠하게 가슴을 울린다.

‘존엄사’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다.
살아서 늘그막에 지켜지지 못하는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와 가치가 단순히 연명치료 안한다 하여 죽음엔들 지켜지랴 싶어 가슴이 먹먹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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