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봅시다 - 오병석 국립종자원장

경북 김천에 소재한 국립종자원 뒤편 산자락에는 ‘승석정(升石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정자는 좋은 종자 한 되박이 심봉사 눈을 뜨게 한 공양미 300석이 되도록 하자는 의미로 만든 생각하는 휴식공간이다. 이름을 지은 주인공이 바로 오병석 국립종자원장이다. 전 세계 종자 거대기업들의 합병 등 종자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에서 소리 없이 우리 종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국립종자원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철저한 GMO․LMO관리로 국내농업 보호 만전
민간육종가 품종육종․해외출원 등 정책적 지원

- 최근 GMO 관련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수입하는 1천만 톤 내외의 곡물 중에서 밥상용이 210만 톤, 가공식품용이 120만 톤, 사료용이 790만 톤인데 국민1인당 매년 42~66kg의 GMO를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곡물수입은 현재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그동안 소비자에게 정책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GMO 정책에 대해 사실보다 더 큰 오해와 왜곡된 정보가 제공돼 왔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가위·유전자 편집기술 등 고도화 되는 기술이 국가의 자산이 되고, 국민의 박수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초석이 돼야 하는데, 국가기관이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들처럼 평가받는 게 안타깝다.
우리에겐 지금까지 유전자 변형 종자가 품종으로 등록된 것은 현재까지는 전혀 없다. 다만, 지금까지는 없었다 하더라도, 품종보호 절차는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LMO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입승인을 하게 돼 있지만, 지금까지는 승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LMO 비의도적 혼입 등에 대해서는 2013년부터 환경모니터링을 해왔다. 콩·옥수수·면화·유채 등 340건 정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 5월 강원 태백 유채축제장에서 발견된 LMO 문제에 대해서는 1차 저지선이었던 검역본부를 넘어섰지만, 2차 저지선인 종자원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문제점이 검출된 것이다. 국가 검역시스템이 정상 가동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문제점도 확인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채는 십자화과이기 때문에 무, 배추 등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채소의 약 2조 이상의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각성을 안고 업무에 임했다. 현재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 민간육종가 육성과 개인의 토종종자 육종노력에 대한 지원책이 별도로 있나?
종자원에서는 민간육종가에 품종 개발비, 해외출원, 기후변화에 대한 내병성과 특수 기능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했을 때에는 DNA분석, 성분분석 등에 대한 비용을 50%까지 지원하고 있ㅇ다. 뿐만 아니라, 난 등 돌연변이 방사선 조사기술 지원. 선진지 해외훈련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재 민간육종가가 420명이 등록돼 있는데, 이는 예전 국내의 주요 종자회사들이 외국계로 넘어가면서 발생한 일로 개인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수상황은 충분히 앞으로도 보호돼야 한다. 

하지만, 민간육종가 육성은 다른 한편으로는 양날의 칼과 같다. 전 세계적인 현상은 현재 종자거대기업들 즉, 몬산토와 바이엘 합치고, 중국 캠차이나와 신젠타가 합병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을 상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1품종 이(異)명칭에 대한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이 문제는 종자업체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립종자원장으로 부임해 체계를 잡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고추품목에 대해 집중적 단속을 실시한 결과, 현재는 시장이 상당히 투명해진 상황이다. 

토종 품종등록에 대해서는 출원 상담 및 출원서 작성 서비스 등을 종자원이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자등록을 꺼리는 편이다. 우수한 토종종자들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면서도 잘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농진청과 환경부에서 주로 토종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업무상 어려운 부분이다. 업무가 분산돼 있어 그 부분에 깊이 못 들어간 점도 있다.

- 우리가 콩 종주국으로서 연구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민간에 적극 보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유는 무엇인지?
옛날 만주지역 일대에서 콩을 많이 재배해 그 콩을 싣고 강을 건너는 뗏목이 강을 모두 뒤덮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두만강’(豆滿江)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어원에서 보듯, 대한민국이 콩의 종주국인데 일제시대부터 6.25전쟁을 지나는 격동기에 종자주권을 제대로 못 지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종자원장으로 부임 후 우리나라 콩 재배면적 35%를 직접 보급하고 있다. 앞으로 민간에서도 보유한 콩을 확보해 농가에서 다양한 콩을 재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문제는 농가에서 콩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가격진폭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이 콩 재배에 대해 안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인 듯하다. 가공용 콩이 대부분 수입산으로 쓰는 문제도 안타깝다.

콩에 대한 농가의 수요가 전체적으로 10%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종자원은 약 1610톤을 준비해 놓고 있다. 
콩도 콩이지만 쌀 생산조정제와 관련, 종자원은 농가의 수요를 대비해 다양한 품목전환 농가에 종자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선, 총채벼를 미리 확보했다. 또, 논에 재배 가능한 직립형 팥도 확보했다. 사료용 호밀 확보를 위해 2016년부터 추진한 ‘호밀채종 시범사업’을 통해 약 8톤의 종자를 확보했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종자를 생산·보급해 2022년까지 국내 수요량의 50%까지 종자원에서 보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농가로서는 소득이 생기고, 국가 차원에서는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로 인해 부수적으로 외래 병해충 유입이 안 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종자원은 소리 없는 혁신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 종자원이 자랑할 만한 일이 있다면? 
종자원 200여 명의 직원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 적극 소통하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LMO 추가사례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종자원은 지난해 불미스런 일로 행자부 산하 책임운영기관 평가에서 C등급 받았지만, 단 1년 만에 A등급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적극 펼치고 있다. 특히, 인근 율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종자원내 재배포장에서 각종 농업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청사 내에 여직원 휴게소를 신설했고, 레스토랑도 만들어 직원복지에도 신경 썼다. 승석정(升石亭)도 만들어 둘레길을 걷다가 쉴 수 있는 쉼터도 만들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국제종자생명교육센터’는 앞으로 김천시 유일의 국제컨벤션센터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 세계 종자시장은 약 540억불(약 64조원)이라고 한다. 그 중 약 10%인 40억~50억불 시장이 종자처리 기술이다. 예를 들어, 새가 못 먹게 코팅하는 것, 코팅과 염료 등이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아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아울러, ICT 활용을 통한 ‘표현체학’(Phenomics)에 대한 국립종자원 차원의 연구개발은 완료된 상태다. 농기평에 후속연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을 넘겨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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