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1일은 제22회 농업인의 날이었다. 한자로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는데, 土가 두 번 겹치는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것은 흙이 농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농업이 우리 산업의 근간으로 우리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제1의 산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 22돌을 맞는 농업인의 날이 참 초라하게 느껴져 그 동안 정부가 농업을 얼마나 뒷전에 뒀는지 가늠케 한다. 그나마도 나라님이 아니라 농업인들이 끈질기게 주창해서 제정된 날이니 말이다. 

이런 11월11일 농업인의 날이 요즘은 대기업 제과업체의 과자이름을 따 ‘OOO데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기업의 기막힌 상술에 젊은이들은 너나 없이 길쭉한 막대과자를 전하며 사랑과 우애, 친분을 나눈다. 뒤늦게 농업계에서는 이날을 ‘가래떡데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명명해 국민들에게 쌀 등 우리 농산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려 애쓰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는 제22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11일이 토요일이라 하루 앞당겨 기념식을 가진 것이다. 흙(土)이 하나 빠진 반쪽 기념일이 된 농업인의 날이 과연 누구를 위한 날인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공휴일이 따로 없는 농업인들을 위한 날이 아니라 행정편의적인 공무원 중심의 행사가 됐으니 말이다.

우리 농업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올해는 특히 가뭄과 폭염으로 농업인들을 힘들게 했고,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 농가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이런 지금의 우리 농업·농촌·농업인들을 생각한다면 농업인의 날이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날인지 정부와 국민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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