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이슈 - 낙태법 폐지

▲ 지난 5일까지 열린 ‘낙태법 폐지 사진전’에는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보였으며, 사진전 한 편에 마련된 부스에서 낙태법 폐지와 관련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자궁은 나의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들이 낙태법 폐지를 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명존중의 주체는 과연 누구인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아니 어쩌면 아직 세포에 불과한 자궁 속 아이를 위해 우리는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할 인격체를 임신의 도구로 여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민우회가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지난 5일까지 ‘낙태법 폐지 사진전’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낙태법 폐지와 관련해 어떤 목소리가 나왔는지 귀를 기울여보자.

“낙태법 폐지, 생명 대 생명의 문제 아냐”
청와대 국민청원 낙태죄 폐지 20만명 넘어

낙태법 찬반의견 팽팽
낙태법에는 부녀가 약물 등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해 임신이 된 경우 등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하기에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할 수 없다. 때문에 환자는 초기 수술시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연간 30여 만 건의 인공임신중절이 대부분 불법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형법상의 낙태법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월3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코너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날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며 청원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청원은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약 한 달 만에 2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에 동참해 정부 부처가 공식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낙태법 폐지를 위한 사진프로젝트 전시관.

이와 관련 서울여성프라자에서 ‘낙태법 폐지 관련 사진전’을 개최한 한국여성민우회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사진전을 담당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홍연지 씨는 “지난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나의 자궁, 나의 것-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가 열렸다”며 “이는 보건복지부의 시행 개정안과 낙태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열린 시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들이 낙태법 폐지에 대해 오랫동안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런 소득을 낼 수 없었다”며 “계속 찬반 논쟁만을 펼치는 것이 아닌 예술이 주는 효과를 이용해 새로운 시각으로 낙태법 폐지를 지지하고 싶었다”며 사진전 개최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사진전은 총 269장의 사진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 이유는 낙태법이 형법 제269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뜻을 같이 하면서 269장보다 많은 600장 이상이 모였고, 많은 여성들이 낙태법 폐지에 뜻을 함께했다.

낙태법 폐지 사진전에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기면 작품 의도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홍연지 씨는 “사진을 보면 낙태법 폐지에 관한 이야기가 몸에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낙태가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가 아닌 여성이 직접 몸으로 겪는 것임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배에만 관련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촬영 의도였지만, 사진 촬영이 진행되면서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경향에 대한 내용도 담기 위해 배뿐만 아니라 배 이외의 다른 신체부위의 노출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진전, 새로운 표현 방법 중 하나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와 관련 “정부는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의료체계와 포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연합은 “여성들에게 의학의 진보로 인한 안전하고 완전한 피임법과 의료시설, 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와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여성프라자 ‘낙태법 폐지 사진전’에 방문한 한 여성은 “내 몸임에도 불구하고 법에 묶여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낙태마저 시도할 수 없다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높은 수위로라도 처벌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많은 여성들이 사진전 한 편에 마련된 곳에서 낙태법 폐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20대 여성뿐만 아니라 50대 여성도 같은 생각을 전했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잘 모르겠다. 과거에는 남아선호사상이 지금보다 더 심해 여자아이를 임신하면 낙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여자아이를 임신하면 낙태를 해도 괜찮고, 여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낙태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낙태법을 폐지하면 낙태를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그것은 윤리적인 문제에 있어서 어긋나는 것 같다”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낙태법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여전히 낙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낙태법이 허용되면 더 문란한 성생활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낙태법 폐지의 기본적 주장과 맞지 않는다. 낙태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성생활의 책임감을 회피하기 위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

또한 낙태법과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몇몇 여성들은 옷걸이나 초산 등 안전하지 못한 낙태법을 시도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보다 안전한 시술을 위한 의료진 교육과 미프진 사용을 보장하고,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료적 선택지와 의료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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