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20)

통계청이 ‘2017 고령자 통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통계가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 고령 노인들의 현재 실태와 생각의 흐름을 대강이나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이혼 건수가 최초로 9000건을 돌파해 9011건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04건 늘어난 수치이며, 65세 이상 고령자 4명 중 1명 꼴로 이른바 황혼이혼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서 지난 몇 년간의 황혼이혼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에는 1744건에 불과했던 것이 2005년에는 3505건, 2015년에는 8507건을 기록해 눈에 띄게 증가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남자 고령자의 이혼 건수가 6,101건으로 전체의 67.7%를 차지해 여자 고령자의 이혼 건수 2910건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들은 또 이혼에 대한 생각에 있어서도,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점차 증가하는 반면, ‘어떤 이유라도 이혼해선 안된다’는 의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시대변화에 따른 의식변화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결혼에 대한 생각도 과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21.8%가 ‘결혼은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고 응답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해마다 증가세에 있다. 뿐만 아니라 ‘결혼은 반드시 해야 된다’는 의견은 2012년 44.9%, 2014년 35.2%, 2016년 31.7%로 감소추세에 있다. 과거 ‘결혼은 인륜지대사’니 ‘검은머리 하얀 파뿌리 되도록 부부가 백년해로 한다’는 얘기는 이젠 케케묵은 고전이 된지 오래다.

이들 고령노인들을 심리적으로 옥죄는 또다른 사회인습으로는 황혼이혼 말고도 졸혼(卒婚), 사후이혼(死後離婚)이 있다. 졸혼은 말 뜻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것인데, 이혼은 하지 않고 혼인관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남편과 아내로서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각자의 여생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며 산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꽤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남편과 아내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할 때, 이 또한 엄청난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안겨즐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사후이혼은 최근 일본에서 급증추세에 있는 현상의 하나로 ‘배우자가 죽은 후 이혼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법률적으로는 이혼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나 ‘친인척 관계 종료 신고서’ 한장으로 배우자 친인척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다. 이 또한 우울한 노년의 풍경이어서 황혼이혼·졸혼·사후이혼의 ‘3혼시대’를 헤쳐가야 하는 노인들,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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