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람이 점점 매서워진다. 뜨겁던 여름볕이 물러간 자리에 가을바람은 잠시고, 어느새 겨울바람이 잦아드는 요즘, 농촌의 보건소를 찾는 발길은 더 많아진다. 수십년 농사일에 성한 몸 가진 사람 찾기 힘들고, 약이며 파스며 주사를 안 달고 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농업은 농작업으로 인한 손상과 질병이 가장 많은 분야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농작업 중 손상이나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농업안전보건센터’다.

지난 2013년부터 설치가 시작된 농업안전보건센터는 허리질환, 무릎골관절염, 상지 근골격계, 호흡기질환, 농약중독, 감염성질환, 농작업 손상 감시체계, 일광·자외선 노출 등 8개 연구주제를 담당하는 센터가 전국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가 으레 농부증이라고 부르던 질병들이 어떤 자세나 작업과정에서 발생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를 찾는 곳이 농업안전보건센터인 것이다.

강원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는 강원도 양구의 한 마을에서 허리질환 연구와 예방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 주사처치 횟수와 통증호소 횟수가 눈에 띄게 감소해서, 일상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8개 농업안전보건센터 중 3곳은 사업이 종료됐다. 사업의 성과를 체감하는 농민들은 센터가 문을 닫자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1년에 우리나라 총 의료비가 70조가 든다고 하는데 아파서 병원을 찾기 전에 이런 예방사업에 정부가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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