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19)

# 풍경 1 : 고인의 영정사진이 안치된 장례식장 안 추모제단 앞으로 승용차가 들어와 멎는다. 승용차에 탄 추모객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차 안에 앉아 차 문만을 열고 영정사진을 향해 목례를 올린다. 잠시 뒤 승용차 문이 닫히고 천천히 승용차가 장례식장을 빠져나간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이지만, 이 장면은 실제로 일본에서 행해지고 있는 장례식장 모습이다. 이름해서 ‘드라이빙 스루 (Driving  Through)’ 장례식장이다. 한국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의 상조 관련기업인 아이치 그룹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조문객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영정사진을 보며 추모를  할 수 있는 장례식장을 개설해 영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의 유명병원 장례식장이 이 ‘드라이빙 스루 장례식장’의 도입 운영을 적극 검토했으나, 아직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 하여 일단 보류했다는 후문이다.

# 풍경 2 : 경기도 한 지방 장례식장의 한 빈소. 조문객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서는 정중히 절을 했으나, 상주와는 맞절을 하지 않았다. 나이가 70대인 상주는, “무슨 종교적인 이유로 조문객과 맞절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령으로 무릎이 너무 아파 장례식장 측에서 조문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목례만 하고 있다”고 했다. 고령화가 장례식 풍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 풍경 3 : 빈소를 아예 차리지 않는 장례식장도 점차 늘고 있다. 한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장례식이 살아남은 유족들에게 체력적·경제적 부담이 적잖이 돼 빈소는 아예 차리지 않고 시신만 영안실에 안치했다가 장지로 곧장 가는 경우가 제법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의 상주들이 이같은 ‘작은 장례식’을 선호한다는 것. 고령의 상주 입장에서는 현직에서 은퇴한 지 이미 오래돼 조문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첫째 이유다. 해서 장례식 대신 지인들에게 부고 문자만 돌려 사망소식과 납골당 위치만 알리고 빈소는 아예 차리지 않는 것이다.

# 유교윤리가 지배하던 우리의 옛 전통사회에서 관(冠)ᆞ혼(婚)ᆞ상(喪)ᆞ제(祭)는 곧 누구나가 일생을 통해 겪어나가는 소중한 통과의례로 간주돼 왔다. 그중 상례(喪禮)는 조상숭배에 기인한 의례로서 산사람이 마지막 겪는 관문인 죽음에 따른 의례다.옛 선인들은 이 의례를 통해 서로 돕는 마음, 조상 기리는 마음을  돈독히 다졌다. 세월이 많이 흘러 시대 추세에 따른 간소화도 좋지만, 우리 전래의 마지막 통과의례 의식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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