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풍당당 - 강원도 양구군 군량보건진료소 장향숙 소장

▲ 장향숙 소장은 지난 26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군량마을 주민들의 심신의 건강을 챙겨왔다.

강원도 양구군의 군량마을은 후고구려 시절 궁예가 군량을 보관했다고 할 정도로 높디높은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그만큼 매우 고립된 지리여건으로 의료기관 접근이 매우 불리해 보건진료소는 마을 유일의 의료기관으로 오랫동안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왔다. 26년간 보건진료소장으로 헌신해 온 장향숙 소장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강원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와의 허리질환 원격관리 사업, 도란도란 행복마을 프로젝트 등을 유치해 군량마을의 생기를 불어넣어 주목받고 있다.

26년 동안 주민 건강에 헌신
112가구의 28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군량마을에서 26년간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한 장향숙 소장은 여타 농촌마을처럼 주민들의 고령화와 이웃과의 교류가 적은 특유의 분위기, 큰 병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각종 처치와 투약에 관한 전문교육을 받고 주민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책임져 왔다.

“우리 마을은 연세가 70이 넘으신 분들이 많고, 50~60대는 드물어요. 하루에도 허리, 어깨, 목, 팔다리가 쑤시다고 하시는 분부터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에 수시로 보건진료소를 찾는 주민들로 넘쳐나죠. 우리 보건진료소는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주민들이 한데 모여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정을 쌓는 동네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어요.”

양구로 연결되는 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출퇴근 시간만 3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불편한 교통과 모든 업무를 혼자 챙겨야 하는 격무 때문에 보건진료소에서 숙식을 해결한 날도 부지기수로 많았다는 장 소장.

단순히 일이라고만 여겼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라며, 가족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묵묵히 일해왔기에 26년 세월이 마냥 길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보건진료소를 찾는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장 소장을 내 딸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이유도 성심성의껏 아픈 몸과 마음을 어루만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 강원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의 허리질환 원격관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

건강백세 위해 다양한 사업 유치
그러나 장 소장 혼자의 노력만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고된 농사일로 생기는 만성적 통증을 예방하는 건강프로그램 보급과 매년 1명꼴로 발생하는 자살 문제였다.

“강원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의 허리질환 원격관리 사업과 도란도란 행복마을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의 건강백세를 위해 유치한 사업들이예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한창 바쁜 농번기에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오실지 걱정도 많았지만 한번 참여한 분들은 꼬박꼬박 오시고 이웃들한테 함께 가자고 하실 정도로 만족하시더라구요.”

허리질환 원격관리 사업은 올해 25명 주민이 참여해 원격장비를 활용해 질병관리·진단·처방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허리질환을 예방하는 자세와 허리근력을 강화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교육받았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운동일지를 작성하고 집과 일터에서 수시로 운동한 결과 허리통증은 43% 감소, 허리근력은 25% 향상됐고 운동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평소 나쁜 습관도 바꾸는 계기가 됐다.

▲ 도란도란 행복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는 주민들.

도란도란 행복마을 프로젝트는 자살 고위험군의 주민들에게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함께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마을 생명사랑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짝꿍을 정하고, 짝꿍과 함께 비누공예, 웃음치료, 영화감상을 함께하게 했다.

프로젝트 이후 자살율이 현저히 줄었을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단합하고 협조하면서 전체적으로 활력이 넘쳐났다며 장 소장은 열심히 참여해준 주민들과 담당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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