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수필가 손화신

일상생활 주제를 글 소재로
매일 규칙적으로 글 쓰는 습관이 중요

글은 더하지 않고 빼는 작업
느긋하게 마음먹고 즐기면서 써야…

사람은 말을 통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나 말은 입에 뱉는 순간 바람처럼 날아간다. 흔하게 나오는 대로, 툭툭 내뱉기도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말보다는 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 남에게 알리고자 노력한다.  특히 글을 남겨 옛 감정과 생각의 기억을 더듬으려는 욕망도 있다. 
차가운 기온으로 나뭇잎이 기력을 잃어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찾아왔다. 
무더위에 지쳤던 심신을 가다듬어 잊었던 친지에게 가을 편지를 써 보내는 글쓰기 좋은 계절이다. 
수필을 쓰는 손화신 작가를 만나 글쓰기의 의미와 방법을 알아봤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 수상으로 수필가 데뷔
‘말’이란 솔직해야 공감대 얻어

손화신 작가는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불교방송 기상캐스터로 방송에 입문한 이후,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좋은 말하기’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고 한다. ‘말’에 대해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스피치’ 모임에 가입해 10년 동안 활동하며 다양한 직업·연령대의 사람들 1000여 명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탐구해 왔다. 그는 효과적인 표현법과 설득의 기술 등 실용적 화법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말까지, 말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개발하고 있다.

“2015년 다음 카카오 책 출간 공모전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다듬어 응모했는데 금상을 수상해 ‘나를 지키는 말 88’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지요. 책 제목이 특이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말 한가지만의 주제로 88가지의 생각을 담았기에 그렇게 이름 붙였어요. 88개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거대해 보이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명확하게 보일 겁니다.”

손 작가는 평소 말을 할 때는 다양한 주제의 얘기를 꾸미거나 결점과 상처를 감추지 않고 솔직하고 진솔하게 말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한다. 

“말이라는 건 진솔하게 자신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려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그것에 공감하죠. 아주 사소한 이야기가 오히려 공감의 여지를 많이 갖고 있는 거죠.” 

좋은 글은 쉬운 문장으로 물 흐르듯 막힘없이 읽혀야
손 작가는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쉬운 문장으로 재미있게 표현해야 합니다. 좋은 글이란 마치 물이 흐르듯 막힘없이 술술 읽어낼 수 있는 쉬운 문장으로 써야 합니다. 글을 써서 출간하기 위해서는 수정 작업도 여러 번 거치는데 이는 자신의 글을 반복해서 보는 작업이라 할 수 있죠. 마치 사진첩을 만들기 위해 보고 또 보는 일과 같습니다. 사진에 담긴 추억을 결코 잊지 않는 것이죠. 잊지 않았기에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그 추억에 대해 생생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일본의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언가를 오랫동안 쓰려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그만의 방식을 찾을 것이고, 또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무언가를 오랫동안 쓸 수도 없다”며  자신이 소설을 쓰는 13가지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글을 쓴다는 것은 더하지 않고 뺄 때 나만의 글이 나오며, 느긋하게 마음 먹고 쓰는 것을 즐기라고 말했다. 또 글감을 머릿속 캐비닛에 저장해 하루에 매일 원고지 20매씩 규칙적으로 자유롭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의 주제가 좋은 글 소재 조금씩 매일 쓰는 것이 중요
“글쓰기를 하려면 먼저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 주변과 일상생활에서 보는 소소한 주제를 글감삼아 차근차근 정리해서 표현하면 그게 글이 되는거죠. 거창한 인생담을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하면 글쓰기가 막막하고 암담하게 느껴지죠. 그러나 집의 사랑스런 강아지의 얘기를 쓴다거나 하면 얘깃거리도 많고 쓸 게 많을 겁니다. 또 농촌에서는 글 소재도 다양한데요. 가축을 키우거나 작물을 키우며 느낀 점 등이 모두 좋은 글 소재인거죠.”

손 작가는 눈에 보이고 생각나는 얘기를 서슴없이 써서 잘 정리하면 그게 좋은 글이라고 했다. 
부부, 자녀, 가족 간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 가족애가 담긴 좋은 소재가 된다며, 가족 간의 얘기를 잘 정리해 편지글로 쓰다보면 평소 말로 통하지 않는 갈등도 마음의 공감을 얻어 해소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쓰기는 짧더라도 조금씩 매일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 쓰는데 크게 욕심내면 부담이 돼 오히려 글 쓰기가 싫어질 수가 있다며 즐길 수 있는 주제와 범위 내에서 쉽게 꾸준히 글을 쓰면 좋은 글을 많이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려운 단어와 지루하게 반복하는 얘기를 피하고 간결하게 써야 해요. 또한 글에 따뜻한 눈길과 따사한 마음·감동이 묻어나는 얘기를 담아내면 더욱 좋겠죠.”

글은 자신에 대해 쓰는 작업
글을 통해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이어 손 작가는 자신이 써낸 ‘나를 지키는 말 88’책에서 간추린 좋은 글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해 쓰는 일입니다. 주제나 소재가 무엇이 됐건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 활동인거죠. 동네 약수터에 대해 쓰든,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쓰든 결국 그 글엔 자신이 담길 수밖에 없어요. 그 글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는 이어“글을 쓰면 생각이 분명해집니다. ‘생각’이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 않지만, 종이 위로 옮겨지면서 ‘글자’라는 육체를 얻게 되죠. 글자로 형상화됨으로써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생각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분명한 존재로 거듭난 것이죠.”라며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끝으로 손 작가는 글을 써서 책을 낸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고 행복이라며, 농촌여성들도 좋은 경관과 따사한 이웃 간의 얘기와 농촌의 전통미를 글로 써 책을 내는 글농사에 과감히 도전해 줄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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