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기좋은 우리 고장 - 충북 증평군

▲ 증평군립도서관 1층의 어린이자료실은 아이들의 꿈과 행복이 영그는 장소다.

도서관의 고정관념을 깬 농촌형도서관으로 주목
올해만 92만 명이 찾은 복합문화공간…지역발전·삶의 질↑

농촌에서 흔치 않은 게 3가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노인과 젊은이들이 어울리는 모습, 책 읽는 사람들이다. 바로 고령화와 문화적 혜택이 열악한 농촌의 현실 때문이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는 농촌을 위해 교육과 문화여건은 필수다. 충북 증평군의 군립도서관은 교육과 문화 혜택을 충족하는 새로운 농촌형도서관의 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다목적복합공간 증평군립도서관
전국 최소 행정체계인 1읍1면 약 3만8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충북 증평군에 103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지난 2014년 문을 연 ‘증평군립도서관’은 북카페, 어린이자료실, 디지털자료실, 평생학습실, 다목적홀과 열람실, 옥상정원 등 전국 어느 도서관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증평군립도서관의 최창영 관장은 “사실 규모나 외관만 보고 증평에 이런 도서관이 필요한지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었어요. 근데 우리 도서관은 공부하고 책만 빌리는 정적인 도서관이 아니라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이자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밖 교실이면서 주민들이 목말라하는 교육과 문화, 예술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입니다”라고 설명했다.

▲ 증평군립도서관은 주민 1인당 25회, 하루 평균 9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교육, 문화, 예술의 복합 거점공간이다.

최창영 관장의 말처럼 증평군립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1층의 북카페에는 책과 음료를 즐기고자 하는 주민들이 넘쳐나고, 로비에 마련된 전시홀에는 지역 작가의 시화전시, 세계 인형전시회, 독서사진과 문구 콘테스트 수상작품 등 농촌에서 접하기 힘든 테마가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1층 공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유아 자료실은 푹신한 매트리스와 소파, 우주선 모형, 수유실 그리고 다문화자료실까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세심한 배려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2층은 종합·디지털 자료실이 위치해 있고, 3층은 다목적홀, 일반열람실, 평생학습실이 있으며 옥상에는 영화관람과 음악공연이 가능한 시설도 마련돼 있다.

최 관장은 “일반열람실의 규모는 최소화하고 주민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다목적 복합공간의 도서관이 되고자 하는 게 목표입니다. 영화관이 없어 인근의 청주시에 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다목적홀은 작은 영화관으로 옥상은 별빛극장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좌구산천문대와 연계해 우주의 신비로움과 웅장함을 관찰하는 우주여행 프로그램도 저희 도서관의 큰 자랑거리입니다”라며 뿌듯해 했다.

또한 증평의 초등학생과 학부모 60명이 참여한 ‘도서관 1박2일 프로그램’은 3년째 이어오고 있는 사업으로 부모와 아이가 도서관에 텐트를 치고 독서교육부터 영화 관람, 주먹밥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책장을 넘기고, 밤하늘의 별과 재미있는 영화를 같이 즐기고, 텐트에서 오붓한 하룻밤을 보내며 부모와 아이 모두가 추억을 켜켜이 쌓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한다.

▲ 증평군립도서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의 모습.

높아진 생활인프라 수요…도서관이 충족
2015년 24만 명 수준이던 도서관의 방문객이 올해 9월까지만 92여만 명이 찾을 정도로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충북도에서 조사한 행복지수 도내 1위를 차지한 것 역시 여타 농촌 주민들은 누리기 힘든 교육·문화·예술 혜택을 도서관이 책임졌기에 가능했다.

주민의 평균연령이 40.9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증평군은 생활인프라 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고 그 핵심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생활인프라 수요가 많은 젊은 층뿐 아니라 평생학습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에게 증평군립도서관은 모든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농촌형도서관의 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증평군립도서관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선정하는 지역발전사업 우수사례에 2년 연속 선정됐고, 충북도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와 해외에서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도서관의 옥상에 아고라 광장을 조성하고 인근의 하천과 숲 등과 연계해 농촌의 강점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주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도서관이 큰 몫을 해내고 있음을 다른 지자체들이 주목한 것이다.

“2014년에 문을 연 우리 도서관이 어느덧 증평군민이 가장 많이 모이고 사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비결은 도서관이라는 도화지에 주민 스스로가 스케치하고 색깔을 입혔기 때문에 가능했어요”라는 최창영 관장의 말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공무원과 도서관을 중심으로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나보다 우리를 중히 여기는 농촌다움이 어우러져 충북 증평군이 그야말로 살기좋은 고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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