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17)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 미국의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Enola Gay)에서 투하된 사상 최초의 원자핵폭탄 ‘리틀 보이(Little Boy)’가 일본 히로시마 도심 상공 600미터에서 폭발했다. 고도 9,750미터 상공에서 투하된 원자폭탄이 자동 폭발고도에 도달하기까지는 딱 57초가 걸렸다.

순간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18킬로미터 상공까지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폭발지점 근처 지상에서는 열기로 휩싸이면서 순간적으로 기온이 섭씨 3천~4천도까지 치솟았다. 훗날 생존한 한 목격자는, “태양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줄 알았다”고 술회했다.

지상은 한 순간에 초토화 됐다. 폭발지역 반경 2킬로미터가 잿더미로 변하고, 1킬로미터 이내의 야외에 있던 사람 90~100%가 일주일 이내에 모두 사망했다. 당시 히로시마 인구 35만명 중 16만 명이 피폭 2~4개월 이내에 모두 사망했다. 당시 사람들이 원폭에 의한 화상으로 인해 강물에 뛰어들어 강물이 시체로 가득했다.

# 2017년 9월3일, 북한이 수소폭탄으로 추정되는 제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대내외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의 제6차 핵실험의 위력이 히로시마를 초토화시켰던 원자폭탄의 10배에 해당하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같이 심상치 않은 북한의 핵도발이 막무가내식으로 계속되자 위기감이 전에 없이 고조되고 있다. 갤럽의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6차 핵실험이 ‘한반도 평화에 위협적’이란 응답이, 20대 77%, 30대 70%, 40대 74%, 50대 74%, 60대 이상 82% 등으로 모든 연령층에서 70%를 넘었다. 또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에 대해서는 37%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특히 신세대인 20대가 42%로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 (40%), 50대(37%), 40대(33%), 30대(31%) 순이었다.

이와같이 북핵 위협을 피부로 느꼈음인지 최근 들어 전쟁관련 콘텐츠와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전쟁이나 재난 등의 유사시 필수로 갖춰야 할 이른바 ‘생존배낭’이 세트화 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행정안전부가 권고하는 비상용 생존배낭의 내용물을 보면, 물·비상식량·손전등·라디오·배터리·여분의 휴대전화 배터리·호루라기·비상의류·속옷·병따개·화장지·수건·귀중품(현금·보험증서)·안경 등 생활용품·여성 생리용품 등이다.

특히 지난해에 경주 지진을 겪고 난  나머지여서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한층 높아져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더 큰 문제는 북핵에 우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할 핵전쟁을 어떻게 막느냐에 국가의 온 동력이 모아져야 한다. 핵폭탄공격의 최대 위험지역이라고 해서 막연히 국민들에게 “서울을 버리고 떠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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