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김기선 한국도시농업연구회장 서울대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 김기선 한국도시농업연구회장 서울대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민간차원에서 잘되는 것을
정부가 예산을 갖고 주도하면
자생력을 약화시켜 지원에만 의존

정부는 도시농업 발전을 위해
전후방산업과 농자재산업
발전대책을 강구해야

언어에도 유행이 있다. 십여 년 전에는 웰빙(well-being)이 한창 인기이더니 이어 정원, 힐링(healing), 그리고 최근에는 도시농업이라는 단어가 화두다.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의 시군마다 도시농업박람회가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텃밭, 스쿨팜, 정원과 화단 가꾸기, 원예치료, 마스터가드너 등 관련 사업들이 활성화되면서 급기야 2011년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련 법률’이 제정되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텃밭 등 먹거리 위주로 제정됐던 것이 지난 7월 개정안에는 ‘수목 또는 화초를 재배하는 행위’를 추가해 관상식물에까지 범위를 확대시켰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채소와 화초는 기본인 경우가 많다. 또한 도시농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도시농업관리사라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 활용하는 내용 등을 추가했다. 국가나 지자체들이 앞다퉈 국민들의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관련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우려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첫째는 아직도 정부기관의 담당부서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농림축산식품부의 종자생명산업과에서 도시농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장차 우리나라의 큰 젖줄이 될 종자산업을 이끌기에도 엄청 바쁜 부서에서 이러한 막중한 일을 계속 맡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내에는 도시농업과가 설치돼 이미 많은 연구와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연구업무가 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업을 담당할 수가 없다면, 이번 기회에 농촌진흥청 법을 개정해 이러한 사업도 주관할 수 있게 하든지, 아니면 농식품부 내에 정원, 텃밭, 원예치료, 화훼산업을 모두 다루는 가칭 도시농업과라는 특정 부서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도시농업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도시농업은 도시민들의 여가선용과 육체적·정신적 회복과 치유를 위한 것이다.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면서 땀도 흘리지만 수확해서 먹고, 남으면 이웃과 나누기도 하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가까이서 감상하는 데서 개인은 물론 공동체가 다 같이 즐거움을 누리고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영리적인 목적으로 유통판매까지 하게 되면 인근 농가들하고 많은 마찰을 빚게 될 것이고 본연의 정신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지양돼야 한다. 셋째, 도시농업이라는 이슈가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보니 정부기관에서 자신들 주도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금을 이용한 재정지원에 너무 주력하게 된다. 국가에서 법을 만들고 지자체에서 사업을 하며 격려를 하는 것은 좋지만 지원이 너무 지나치게 되면 영리목적이나 부동산 취득 등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도시농업지원센터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기능이 비슷한 기존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도시농업지원 업무를 맡기면 될 것이다. 또한 따로 도시농업관리사를 양성하는 것보다 이미 민간차원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마스터가드너 자격증을 연계하면 효율적이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은 자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게 돼있다. 특히 식물과 자연을 상대로 하는 도시농업을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민간차원에서 잘되는 것을 너무 정부에서 예산을 가지고 주도를 하게 되면 자생력을 약화시켜 지원만 바라보는 이상한 도시농업이 될까 우려가 된다. 자기 땅이 없으면 학교나 농업기술센터의 땅을 이용해 재배하게 하면 된다. 대신 정부는 도시농업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전후방산업, 즉 묘 공급을 위한 육묘산업과 화분, 토양, 비료, 농약, 농기구 등의 농자재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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