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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음 속에도 보물은 있다■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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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6: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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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어떤 것이, 모이고 모여
자산과 역사의 증거가 된다

프랑스사람 로익 알리오(Loic Allio)의 당초 직업은 화가였다. 그런 그를 세계적 명사로 만들어 준 것은 그림이 아닌 작은 단추다. 어느 날 어머니가 준 ML이라 적힌 단추하나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 단추의 ML은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 1883~1956 프랑스 화가)의 이니셜로, 그녀의 작품이었다. 이 단추가 그를 단추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는 특히 프랑스 단추의 매력에 심취해 자국의 단추를 찾아 세계를 헤맸다. 그 결과 100여 년 전 프랑스를 떠났던 단추들이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30여 년 동안 3천여 개의 단추를 수집하기에 이르렀다. 로익 알리오가 수집한 이 단추들은 급기야 프랑스 국립문화재심의위원회를 거쳐 2011년 프랑스의 중요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그 단추들의 ‘위대한 힘’이 세계 중요 박물관 전시를 통해 감탄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엄마에게서 받은 작은 단추 하나 때문에 단추 수집가가 된 알리오는 화가로서 보다 ‘단추 선생’으로 그의 명성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하찮게 보이는 작은 단추들로 자국의 후손은 물론, 세계에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과 역사를 소개하며 자랑하고 있는 그는 개인적인 명예를 넘어 국가의 위상을 높인 애국자이다. 

단추는 옷을 여미거나 벗는 것을 쉽게 하려고 옷에 붙이는 부속품이다. 단추가 서양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3세기로,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였다. 동양 것이었던 단추가 유럽으로 건너갔다.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 복식문화가 교류됐다는 이야기다. 

서양으로 간 단추는 귀족들 사이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수단이 됐다. 다이아몬드, 루비, 금 등 귀금속으로, 장인들의 손을 통해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값비싼 단추일수록, 그 비싼 것을 많이 달수록 사람의 지위가 높음을 상징했다. 앞가슴 중앙은 물론 소매의 수구(袖口)에서 팔꿈치 위까지 다닥다닥 붙이는가 하면, 넓은 커프스 위로 줄줄이 연결해 포켓의 주변에까지 촘촘히 달아 장식했다.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재위 1515~1547)의 웃옷에는 금단추가 1만3600개나 달렸다고 한다. 

18세기,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사람들의 사상과 삶을 바꾸면서 단추에도 변화가 온다. 귀금속 아닌 나무나, 곤충, 머리카락 등으로 만든 서민용 단추도 쏟아져 나왔다. 사회상과 사상까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단추의 황금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로익 알리오의 단추 속에는 그렇게 프랑스의 사회·문화·정치사가 빼곡히 담겨있다. 낡고 때 묻은 단추 하나에서 엄청난 가치를 발견해낸 로익 알리오의 값진 ‘눈’과, ‘단추 찾아 3만리’를 누빈 피땀 어린 노력에 새삼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어디 단추뿐이겠는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어떤 것이, 모이고 모여, 자산이 되고, 역사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 지천에 널려 있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의 어머니나 할머니들이 매시던 댕기나 하찮은 부지깽이 같은 것들에도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무엇이 숨어있지 않다고 과연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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