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법 시행 1년, 그 파장은?-인삼산업분야

▲ 경북 봉화의 강제현씨는 김영란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6월 우박으로 큰 피해를 봤다.

인삼 상품화 최대 8년 소요…김영란법으로 ‘치명타’
품질보다 가격경쟁에 매몰돼 수출·내수 모두 위기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농축산단체장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김영란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 횡성의 한 인삼농가의 일화를 언급하며, 인삼뿐 아니라 고품질 농축수산물 생산에 매진해 온 농민을 위해 김영란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개정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김영란법으로 내수시장만 얼어붙은 게 아니라 인삼의 수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충북인삼농협에서 수출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에 따르면“중국이 우리 인삼종자를 대량으로 수입해 간 지가 6년이 흘렀는데, 이제는 우리 인삼으로 둔갑해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김영란법으로 고품질에 힘써야 할 우리 인삼이 가격경쟁에 매몰되면 종래에는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종적을 감추게 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전국인삼농협 전체 매출은 지난해 설보다 23.3% 감소했고, 수삼의 경우는 35.8% 줄었다. 이런 감소세가 침체된 경기 탓도 있겠지만, 인삼협회 관계자는 김영란법 영향이 제일 컸다고 말한다. 인삼 대신 저렴한 재료를 함께 넣어 값을 낮출 수 있는 가공제품보다 고가일 수밖에 없는 수삼의 매출 감소가 더 큰 것은 5만 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진 김영란법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 봉화군에서 60,000㎡ 인삼농가를 짓고 있는 강제현씨는 요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 6월에 갑작스레 내린 우박으로 전체 인삼밭의 1/3이 피해를 봤다.

“그동안 애써 키운 인삼밭에 불과 30분만에 500원 동전보다 큰 우박이 쏟아져 엉망이 됐더라구요. 가뜩이나 김영란법 때문에 울고 싶은 심정인데 뺨까지 맞은 격이죠.”

앞으로 김영란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과연 인삼농가가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더군다나 중국 쪽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인삼가격의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되려 판매량은 줄고 있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인삼은 제값을 받으려면 5년에서 6년을 키워야 하고, 인삼 키우기 전에 밭에 있는 염분기를 빼는 예정지 관리작업을 통상 2년은 해야 되니 최대 8년을 키워야 상품화할 수 있어요. 저같은 경우는 8년 동안 평균적으로 인삼밭 1평에 8만 원 가량 목돈이 들어요.”

김영란법으로 좋아진 건 거절할 핑계거리가 생긴 공무원들이고, 농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으니 정부의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건 강제현씨뿐 아니라 인삼을 키우고 있는 대부분 농가들의 바람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인삼유통시장인 풍기인삼시장도 김영란법의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이곳의 한 상인에 따르면 추석이 얼마 안 남았지만 예년 같은 대목 분위기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명절 전에 인삼 선물용 박스를 항상 500개씩 주문했는데 지난 설에는 300개만 판매돼 이번 추석에는 몇 개를 주문해야 할지 감이 안 선다며, 5만 원에 묶힌 상한선이 못해도 10만 원은 돼야 숨통이 트일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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