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농촌은- 충북 보은‘야무진농원’의 추석준비

▲ 추석대목을 앞두고 분주한 충북 보은 야무진농원 노정화(사진 오른쪽), 최옥현(왼쪽) 부부.

농사만으로는 빚만…가공․체험으로 버텨
한우사육으로 그나마 경제적 어려움 극복

충북 보은군 삼승면 송죽리에 있는 ‘야무진농원’. 우진송죽권역의 사과 체험농장이다.
농장주 노정화 씨는 사과농사를 야무지게 잘 짓고 있지만, 판매실적이 노력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점이 속상하다. 사과따기 체험객은 10월 중순에 집중되고, 지금은 추석시즌에 맞춰 재배한 조생종 ‘히로사키’ 수확과 판매에 여념이 없다.

추석시즌이라서 요즘 하루 20박스 정도 택배발송을 하는데 몇 년 전 이맘때 주문량에 비하면 턱 없이 물량이 줄었다. 김영란법 때문에 추석선물이 많이 줄었다고도 하고, 외국 농산물이 많이 밀려와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져 그렇다고도 하는데 요즘처럼 사과밭 5천 평이 애물단지처럼 느껴진 일이 없었다.
그래 하는 수 없이 사과를 대전공판장으로 보내 경매에 내고 있다. 하루에 70박스 정도를 출하한다. 조생종 사과는 익어가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150평 저온창고는 부족하다보니 부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공판장 출하다. 출하는 남편 최옥현 대표가 담당한다.

최옥현 대표는 말한다. 
“공판장에 가져다주면 중간 유통상들만 배불린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겠어요. 울며 겨자먹기로 가져다주는 거지. 농산물 최저가격제가 보장돼야 하는데 정부정책이 농민들을 위해 무엇 하나 제대로 시원하게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노정화·최옥현 부부는 한우를 한해 120두 정도를 키워서 경제적 어려움은 극복하고 있다. 엊그제 한우 20두를 내다 팔아서 필요한 곳에도 쓰고 저축도 좀 하고 했다. 한우를 키워서 도시에서는 정년퇴직할 나이에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옥현 대표는 “젊은 시절에는 농사를 지어 땅도 늘리고 하며 농사짓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 그런 희망은 버렸다”고 말한다. 주변을 보면, 한해 농사지어서 저축은커녕 빚만 늘어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추석이 지나고 10월 중순에 접어들면 서울에서 사과따기 체험객들이 몰려올 기대에 부풀어 있다. 파치가 되거나 늦은 시기까지 남겨지는 사과는 마을기업 우송영농조합에서 사과즙을 만들어 판매를 하기도 한다. 

10월 중순 사과체험객들은 역시 마을기업에서 홍보를 해 줘서 찾아오는데, 그들이 블로그에 체험기를 올려주면 그 내용을 보고 더 찾아와 주고 하는 연결고리가 돼 주는 게 신기하다고. 
“우리가 인터넷을 배워서 체험객을 부를 수 있도록 적극 홍보도 하고 하면 좋겠지만, 농사일이 워낙 바빠서 짬이 안 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사과밭에서는 조생종 ‘히로사키’ 다음으로 ‘시노키’가 익어가고, 뒤를 이어 ‘홍로’, 가장 뒤늦게 나와서 저온창고에 저장하며 판매하는 ‘부사’로 이어지니 11월까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단다.

이왕 야무진농장을 방문한 그 마을에서 사과즙을 내어 판매하는 우진송죽권역의 마을기업 우송영농조합도 들러 봤다. 입구에서부터 멋지게 디자인을 한 포장박스가 즐비하다. 마을주민 16명이 출자해 구성한 우송영농조합에서는 사과즙은 물론 대추즙·아로니아즙 등 세 종류의 과일즙을 생산해 전국에 판매하는 중이다. 

추석시즌을 맞아 하루에 약 200박스를 택배발송하고 있으니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마을기업으로선 성공적이다. 판매가 잘된다고 소문이 나니 요즘에는 마을주민 이외에 보은군 여기저기서 위탁판매 문의가 들어온다고. 농사는 농사꾼이 판매는 마을기업이 분담하는 역할분담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어 살기 좋은 마을을 가꿔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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