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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위한 외교관 삶…귀중하고 보람”■인터뷰 - 전 쿠웨이트 대사 권 찬
채희걸  |  jsssong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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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2  15: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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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화려하게, 때론 비밀스럽게
행동 하나, 말 하마디도 주의하고
긴급 상황에서 오로지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돼 7개국 주재 30여년 간 불꽃같은 열정으로 국익신장과 국위선양을 위해 애쓴 쿠웨이트 대사를 역임한 권찬 대사를 만났다.
글로벌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외교와 외교관의 역할, 그리고 권 대사의 외교관 시절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훌륭한 외교관이 되기 위해선 학문적 소양과 경험, 외교기량 갖춰야
“저는 외국어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어요. 그 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를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서 5년간 미국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귀국 후 성균관대학교에서 전임강사로 2년동안 학생들에게 미국 정치학을 강의하다 외교부 외교관 시험에 합격해 30여 년간 줄곧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7개 지역에서 외국 공관 생활을 하다 퇴임했습니다.”
먼저 외교관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외교관은 학문적 경험과 다양한 외교 기술을 통해 외국과의 선린(善隣) 우호 관계를 형성해내는 일을 합니다. 즉, 이웃나라와의 전쟁방지를 위한 우호조성을 제1의 목적으로 활동하죠. 또한 세계 각국과의 교역증진과 문화교류 등을 촉진해 나라를 부국으로 만드는 일을 사명으로 합니다. 종전에는 외교관들이 학문적 소양과 경험, 그리고 다양한 외교 기량이 있으면 외교관의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세계 각국에서 치열한 외교활동을 하고 있어 섬세한 국가 전략과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외교 활동 기교를 발휘해야만 훌륭한 외교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외교관은 국가의 얼굴이자 대표 언어나 복장 등 활동규범 잘 따라야
다음으로 외교관이 지녀야 할 의전과 활동 규범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외교관은 공식적으로 한 국가의 얼굴이자 대표입니다. 따라서 외교관은 첫째, 상대 외교관에 대한 좌석배치 예우를 잘못하면 협상과 회의를 무산시키고 맙니다. 

두 번째, 외교관은 고상하고 정중한 말씨를 써야 합니다. 상대 대사가 김씨라고 해 미스터 김(Mr. Kim)이라고 불러서는 절대 안됩니다. His Excellency Ambassador Kim이라는 존칭의 의전용어를 써야 해요. 때론 화려하게, 때론 비밀스럽게 행동 하나 하나, 말 한마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됩니다. 

세 번째로 외교관으로 정중한 예우를 받으려면 회합의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복장을 잘 입어야 됩니다. 공식 회합 장소에는 반드시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가야 하죠. 정월 초하루에는 주재국의 왕이나 대통령을 찾아 세배를 가야 하는데 이 때에는 웃옷의 뒷자락에 날개가 있는 모닝코트인 연미복을 입고 가야 합니다. 특히 내셔널데이(National Day)인 각국 주요 기념일에는 주재국에서 근무하는 각국의 대사를 초대해 기념 연회를 갖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8·15 광복절에 세계 130개국이 한국대사관에 모여 광복절 연회를 갖습니다. 감격스런 행사죠.”
이어 권 대사는 33년 외교관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주요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육영수 여사 피살과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으로 고생
권 대사는 외교관이 된 후 첫 부임지로 주일 한국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출발했다. 이때 육영수 여사가  8·15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재일동포인 문세광의 총격으로 피살된 사건이 있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문세광이 오사카 파출소에서 권총을 훔쳤는데 이를 저지하지 않고 한국에 입국시킨 사안을 두고 일본 정부와 치열한 공방이 오갔던 일이 가장 크게 기억된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해 일본에서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사건과 관련해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의 항의가 거세 이를 무마하느라 고된 일과를 보냈다고 한다. 이후 20년이 지나 고야 총영사로 첫 공관장이 돼 교포들을 챙기면서 한일외교 증진에 힘썼다고. 

네덜란드 대사관 화재 전소로 심적 고통 많아
두 번째 주재국이었던 네덜란드에서는 한밤중에 전기선 발화로 대사관이 전소된 적이 있었다. 당시 총무과장이었던 권 대사는 본인 과실은 아니지만 문책 받을 직위에 있어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말한다. 임대 중이던 대사관이 전소돼 보험금 청구와 새 대사관 건물 임대, 본부와의 연락 등의 격무에 시달렸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걸프전 위기 속 교민 보호와 수출교역에 힘써
다음으로 권찬 대사는 1급 공사로 이라크 주재 발령을 받았다. 당시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이 집권하는 시기로 이라크와 이란이 10여 년간 매일 두 차례 미사일을 투하되는 불안정한 정세의 중동에서 늘 긴장하며 업무에 임했다고 한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25개국이 포진한는 아랍 지역을 통괄하는 패권국이 되고 싶어 팔레비가 집권하는 이란과 지루한 10년 전쟁을 치렀지요. 10년 전쟁 끝에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에게 250억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500억불 등 각국 대상으로 전쟁 보상비를 부담하라는 강제명령을 내렸지요. 이라크 대표가 각국을 순회하며 경비를 부담하라고 강요했습니다. 쿠웨이트 정부는 후세인의 전쟁보상비 청구를 거절해 격노한 사담 후세인이 탱크 500대를 쿠웨이트 국경에 집결시켜 새벽에 쿠웨이트를 점령했고, 3일 후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방문했었죠.”

쿠웨이트 대사로 두 번째 공관장으로 부임해 걸프전쟁을 겪었다. 1990년 초, 걸프전쟁 당시 초조하고 긴박했던 바그다드에서의 전투를 피해 필사의 탈주를 감행해 우리 교민들을 무사히 탈출시킨 숨어있는 영웅이기도 하다. 

그는 ‘외교관은 사복 입는 군인’이라고 표현했다. 비록 총은 휴대하지 않았지만 국익을 위한 전사(戰士)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 또한 이런 치열한 외교 현장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삶이 아주 귀중하고 보람이었다고 말한다.

김정은의 도발 대응 미·중·일 3개국과 안보 외교로 풀어내야
끝으로 권 대사로부터 최근 북한 김정은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중·일 3개국과의 현명한 외교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미국과는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합니다. 미국은 한국을 받쳐주는 지주(支柱)국가로 우호증진에 더욱 분발해야 됩니다.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며, 선진기술을 받아들여야 할 나라이니 과거사 봉합을 서둘러 착한 이웃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한국 동포 100만 명이 거주하는데, 그 중 거부(巨富)가 상당수 있어 일본은 한국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부국으로 빠르게 가고 있어 안보문제만은 양보하지 말고 교역 증진에 힘써야 된다고 봅니다.” 

권찬 대사는 30여 년 동안 겪은 해외 체류를 통해 얻은 경험과 업적, 외교관 활동담을 엮은‘외교관의 사생활’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을 통해 성장기 한국 외교의 단면을 살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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