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장

아무리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과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전통문화 풍습을 간직했으면 한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곧 다가오고 있다. 나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부모님이 계신 정든 고향을 향하여 부푼 가슴으로 달려가곤 했다. 추석명절을 쇠러간다는 큰 기대감은 가슴 한 켠에 희망의 에너지가 되곤 했다. 

고향 마을에 도착하면 부모님의 첫 사랑은 바로 함박웃음 속에 손자 안아주기다. 손자가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건지. 한 핏줄의 내리 사랑은 대가 내려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다. 조용하던 농촌은 이내 아기 뛰어노는 소리로 분주하다. 조용한 농촌이 이제야 사람이 사는 세상처럼 느껴지곤 한다. 

햇곡식으로 차례음식을 만들기 위해 추석의 대표 절식인 송편을 가족들이 함께 모여 빚기도 한다. 송편 속에는 풋콩, 팥, 깨, 밤 등을 넣어 온달·반달 모양으로 빚어서 시루에 솔잎을 넣어 켜켜이 놓고 찐다. 나도 송편 만드는데 일조를 하기 위해 마을 뒷산에 가서 해마다 직접 솔잎을 따오기도 했다. 

차례음식도 햇곡식·햇과일로 거의 차리려고 노력한다. 원래 첫 수확물은 신선한 에너지와 기운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집안의 기운을 일으키며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시중에서도 첫 수확의 농산물은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조상께 차례를 지내며 풍년 농사의 감사함과 더불어 가정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여기에는 조상의 은덕을 늘 잊지 않으며 집안의 행복을 비는 기원적 행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차례를 지낸 후 곧이어 마을 뒷산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게 된다. 그 후 친척집을 오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래서 추석은 풍요의 계절 속에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내므로“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얘기가 있다. 이런 게 바로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세시풍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세시풍습에 대한 모습이 많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농경사회의 옛 문화의 풍습이 점점 쇠퇴하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명절이 되면 외국으로 여행가는 사람들로 인천공항은 북새통이 된다. 고향을 찾는 사람도 예전처럼 많지 않는 것 같다. 이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서구의 물질문명생활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아무리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과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전통문화 풍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의 자원은 컴퓨터나 기계문명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 속에 따뜻하게 느껴지는 전통문화의 공유 사상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는 분명 우리의 가치를 설정하며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기계문명의 속도중심으로 전통문화의 본질을 외면한다면, 앞으로 더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우리 민족의 진로에 대한 통제력은 상실할 것이다. 끝내 우리 민족 고유의 방향성을 잃게 되는 안타까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민족고유 명절맞이를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원래 세시풍습은 순환적인 시간의 인식, 자연을 중심으로 한 공간인식, 신과 인간의 합일(合一)이라는 대동관계인식으로부터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세시풍속은 조상들의 생활의식과 지혜가 담겨있는 철학적 기반 위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독특한 정서를 함께 공유하는데도 큰 의미가 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이번 한가위를 온 가족이 함께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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