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법 시행 1년, 그 파장은?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1년이 됐다. 고질적인 사회악인 부정청탁을 금지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이 법에 국민 89%가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서민경제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농축수산업계는 김영란법의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우 등 축산업계와 화훼, 인삼농가의 피해가 극심하다.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와 식당 등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추석 전에 법을 개정하겠다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말도 농가들에게는 ‘희망고문’일뿐이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 특집으로, 1년을 맞은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각계의 입장과 피해산업의 현실상을 짚어봤다.

농민들 “한 나라 장관의 말이 그리 가볍나…”
김영록 농식품부장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죄송합니다”

권익위,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연구용역 결과 11월께 발표
농식품부장관 내용 몰랐을까…
아니면 자신감이 지나쳤나…

# “어찌 한 나라 장관의 말이 그리 가벼운가?”
임시 공휴일 하루를 포함, 약 10일간의 추석연휴를 통해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톱니 하나가 빠지게 됐다. 

그 대상이 하필이면 국내 경기 중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물 분야다. 적기에 김영란법 개정을 통해 내수경기 진작 효과가 농업인들에게도 골고루 전달될 수 있게 했으면 좋으련만, 또다시 ‘농업 무시’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유럽과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인파에 주눅 들고, 지난 설날에 이어 김영란법 쓰나미에 농업인들은 깊은 소외감을 느끼는 황금연휴가 될 판이다.

지난 14일, 20대 국회 제354회 제2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추석전 김영란법 개정이 어렵다.”고 밝혀 청문회 때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해왔던 그의 발언이 도대체 어떠한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당초, 김영록 장관은 장관에 임명되기 전 청문회 석상은 물론, 장관 취임사, 농식품부 출입기자단, 농업인단체장과의 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영란법을 추석 이전에 개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소식에 지난 설 명절 당시,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봤던 과수농가·한우농가·화훼농가 등은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다. 혹시 모를 법 개정으로 추석선물 특수를 기대했던 한 농업인은 “어찌 한 나라 장관의 말이 그리 가벼울 수 있느냐?”고 당장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올 설 대목의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년 대비 과일은 31%, 쇠고기는 24.4% 감소했다. 전체 품목별 생산 감소액이 한우 2천286억 원, 과일 1천74억 원, 화훼 390억∼43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런데, 농업인들은 한결 같이 설날보다 이번 추석에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권석창 의원 ‘법률 개정안’에 반대 의견도
그런데, 문제는 김영록 장관이 지난 7월 권석창 국회의원(제천시·단양군, 자유한국당)이 김영란법 개정 관련, ‘농수산물 유통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해 “못한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반대 이유는 “현행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석창 의원은 “다른 법령에도 배제 조항이 있다. 현재 3조에 유통산업법을 배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공산품의 유통은 이마트나 하나로마트 등등 규제들을 전부 별도로 하는 배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배제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영록 장관이 내세운 ‘추석 전 김영란법 개정’이나, 권석창 의원이 내세운 ‘일부 개정안’이나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사안에 대해 반대를 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런 부조화가 발생했을까?

이번 논란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김영록 장관님 말씀은 권석창 의원 개정안이 농해수위를 통과하더라도 권익위가 소속돼 있는 정무위원회 의견을 묻는 법사위원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유보의견을 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김영란법 관련 법안이 14건이나 계류(농식품 관련 사항은 5~6건)돼 있지만, 국민권익위의 반대가 워낙 심해 법안심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권석창 의원의 개정안은 농해수위에서 심의 후, 법사위로 회부되는데 이때 소관부처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권익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상임위원회간 충돌이 예견된다는 것이다. 결국, 관련 부처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모양새를 노출하고 있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추석전 김영란법 개정 무산의 대안으로 ▲지역별 직거래장터 개장을 통해 소비촉진 지원 ▲‘착한 선물 스티커’(청탁금지법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의 선물이라는 표시) 배부 ▲공직자가 아니면 추석선물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공익광고’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권익위원회와 부처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일부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시민단체와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산물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을 전달해 상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설득도 계속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장관은 권익위의 ‘11월 용역결과 발표’ 몰랐을까?
사실, 김영록 장관이 장관 취임 이후 계속해서 ‘김영란법 추석 전 개정’ 메시지를 내고 있었지만, 국민권익위는 시종일관 신중한 자세로 일관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제도과에서는 ‘가액기준 상향 등 조치는 신중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로 청탁금지법 영향 정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혀 왔다.(본지 7월13일자 기사 참조)

김영록 장관의 ‘추석 전 개정’ 의지를 비웃듯, 국민권익위는 전문연구기관에게 연구용역을 주어 오는 11월경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의 종합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구체적 로드맵까지 밝히고 있었던 참이다. 

김영록 장관은 이 내용을 과연 몰랐을까? 신임 장관의 지나친 자신감이거나, 농식품부 관련 부서의 보고 누락 둘 중 하나를 의심해야 할 일이다.

한편, 권석창 의원은 지난 14일 20대 국회 제354회 제2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김영록 장관에게 “추석 이전에 김영란법을 개정할 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를 통해 시행령을 개정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록 장관은 “시행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약 한 달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시간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추석전에 법안개정은 되지 않더라도 농업인들에게 메시지만은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메시지란 올해 연말이나 내년도에 김영란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또, 김 장관은 권 의원에게 “살충제 계란 사태로 추석 이전에 법 개정을 하지 못했다.”며 김영란법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농식품-권익위-국회의 온도차

■  농림축산식품부

당초, 김영록 장관의 강력한 의지로 적극 추진해 오던 ‘추석 전 김영란법 개정’ 목표는 물리적 시간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일부 시민단체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국내 농산물에 대한 3만 원-5만 원-10만 원의 가액범위를 확대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축산농가·과수농가·화훼농가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김영란법 관련 법률 개정안은 권석창 의원의 개정안이 ‘농해수위’에 계류돼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권익위가 소속된 정무위원회에 14개 안건(농축수산물 관련 내용은 5~10건)이 계류돼 있다. 사실상, 법안을 발의하고 개정하는 칼자루를 모두 권익위원회가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무회의를 통한 정치적 해결도 간과돼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  국회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은 최근 ‘농수산물 유통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10명의 의원들과 함께 대표 발의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률안은 지난 1일 국회에 상정,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권 의원이 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 소속이란 점에서 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측이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법안은 음식물·선물이 농·축·수산물인 경우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가액 기준을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에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현행 김영란법의 기본 틀인 식사 3만 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 원 규정을 10-10-5로 조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김영란법을 1년간 시행한 결과, 외식업계나 농수축산물 중소상공인 등 서민들 고통이 가중됐다는 현실을 감안했다며 개정안 발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강 의원은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인 부정청탁이나 금품제공을 막자는 취지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서민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이를 좀 더 현실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은 국회를 통해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개정안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권익위에서 개정의 필요성을 국회에 제안하고, 발의를 해야만 한다.
따라서,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개정 필요성을 국회에 발의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나 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어필해야만 하고 설득논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권익위 청탁금지제도과는 “가액기준 상향 등 조치는 신중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로 청탁금지법 영향 정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권익위는 오는 11월 그동안 국책연구기관이 용역을 맡아 진행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대국민보고를 계획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대한 대국민보고는 김영란법의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담게 될 것이라고 권익위는 밝히고 있다.

한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와 법 시행의 경제적·사회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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