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바지의 ‘시련’과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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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5  1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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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것은 
객관성도 만족시킬 때 
빛을 발한다. 

내가 따른 유행이 
다른 사람에게도 
아름답게 보일지 
한번쯤 배려해야…

우리 조상들은 상고시대부터 여성들도 바지(袴:바지의 한자어)를 입은 북방유목민족이었다. 아마도 바지가 어떤 옷보다도 사냥과 추위에 적합한 옷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목생활에서 농경생활로 바뀌면서 여성들의 바지는 속옷으로 자리를 잡아 간다. 특히 조선시대에 만연했던 유교사상은 여성의 바지를 ‘여성의 성’을 지키는 도구로 바꿔 놓았다. 과거의 활동성 넘치고 기능적이던 바지가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워졌다. 불필요하게 여러 개를 겹쳐 입도록 한 것은 성범죄 예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맨 밑에 다리속곳, 그 위에 속속곳, 속바지, 단속곳이 기본이고, 상류계층에서는 성장을 할 때, 단속곳 위에 대슘치마와 무지기까지 입고 겉치마를 입었다. 그야말로 ‘중무장’이었다. 하의의 숫자가 많은 것도 그렇지만, 입는 법도 매우 복잡했다. 속속곳과 단속곳은 요새 유행하는 너른바지 형태다. 밑 터짐이 없어, 일을 보려면 우선 한쪽 바지가랑이(둘레가 약70cm)를 걷어 올려 옆으로 제쳐야 하는데, 문제는 두 개의 너른바지 사이에 좁은 속바지가 하나 더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속바지에는 밑트임이 있지만, 맨 밑의 다리속곳과 속속곳을 한쪽으로 제치고 속바지의 밑 터진 데를 벌린 뒤, 그 위의 단속곳 바지가랑이를 또 벌려야 비로소 일을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단속곳 위에 입은 대슘치마와 무지기야 치마형태이므로 위로 올리면 되지만, 옷들이 길고 넓으니, 그것도 참으로 불편했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숏팬츠 차림의 편리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노동’이었다.

   
 

서양에서 여성이 바지를 입은 것은 19세기 중엽부터였다. 블루머라는 터키풍의 속바지였다. 당시 여성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아래는 크리놀린이라는 무겁고 커다란 틀 위에 넓은 치마를 얹어 입었다. 이때 여권 운동가인 아멜리아 정크스 블루머가 여성도 남성처럼 편한 바지를 입고 활동해야한다고 외치며 블루머 보급에 나섰다. 블루머는 바로 그녀의 이름을 딴것이다. 이 옷은 운동복이나 할머니들의 속옷으로 정착했다. 1920년경부터 남성용 비슷한 바지도 여성들이 입었지만, 여성의 기본 하의는 여전히 스커트였다. 이후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바지를 파티복이나 정장으로 발표하면서 바지는 어떤 경우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이 됐다. 

바지의 유행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바지통이 넓었다가, 좁아지기도 하고, 허리 부위는 넓고 발목으로 내려가며 좁아지는(peg top style)가 하면, 위는 끼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는 나팔바지, 엉덩이 부위는 넓고 발목 쪽으로 좁아지는 스타일 등이다. 또한 길이가 길어 땅바닥을 쓸며 다니기도 하고, 발목 길이, 종아리 길이, 무릎 길이, 허벅지 길이, 더 나아가 샅까지 오는 짧은 바지까지 등장했다.

한국 여성들은 바지 입고 말 달리던 기마민족 후손답게 세계 어느 나라 여성들보다 바지를 애용한다. 뿐만 아니라 유행에도 매우 민감하며, 진행되고 있는 유행도 계속 성장시켜나간다. 그러나 아름답다는 것은 객관성도 만족시킬 때 빛을 발한다. 샅까지 올라오는 바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처럼, 내가 따른 유행이 다른 사람에게도 아름답게 보일지 한번쯤 배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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