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특집 - 일하는 노후라서 행복합니다: 충남 서천군 흥림2리‘해바리기애유’6차산업 사업장

작은 마을에 기적이 일어났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흥림2리는 51명으로 이뤄진 33가구가 흥림저수지를 중심으로 뿔뿔이 흩어져 이웃과의 왕래가 어려운 마을이다. 마을의 부녀회장 신병선씨 말에 따르면, 초입에 있는 집에서 저수지 넘어 마지막 집까지 고령주민들의 안부를 점검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면 4km나 가야한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또한 마을에 들어오지 않아 버스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 나가야한다. 신씨는 오랜 걸음으로 고령인 주민들이 힘들까봐 마을 곳곳에 벤치와 정자를 설치해 쉼터를 마련했다.
외지인이 보기에 흥림2리는 안과 밖이 열악한 환경에서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 일하는 재미로 똘똘 뭉친 흥림2리 주민들은 강정을 만드는 손발도 척척 맞는다.

해바라기로 마을공동체 꽃피우다
낙후된 농촌현실에서 서천군농업기술센터의 가공교육과 시설지원은 해바라기 재배와 가공으로 이어져 고령의 마을주민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됐다. 최고령 주민 몇이 힘에 부쳐 내놓은 땅 1320㎡(400평)에 마을이장과 부녀회장이 해바라기를 심은 게 발단이 됐다. 작년 해바라기를 150병의 해바라기기름으로 가공해 수익을 올리고 이듬해 19800㎡(6000평)으로 해바라기 밭을 확장했다. 주민들 적성에 맞춘 영농팀 5명과 기름과 강정을 생산하는 가공팀 13명이 구성됐다. 부녀회장은 해바라기를 소득작물로 본격 선택하고 확장하게 된 공을 농업기술센터에 돌렸다.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이 흥림2리 농촌어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줬어요. 또, 시설지원으로 일터가 마을 안에 생겼어요. 해바라기 생산에서 가공까지 주민들이 일꾼으로 거듭나 하루에 3시간씩 한 달에 10번 한 자리에 모여 일을 하게 됐어요.”

‘시니어클럽’이 자리잡기까지 거든다
교육을 받아도 소득창출까지 이어지는 것은 개인역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녀회장은 마을을 살려보자는 심정으로 면사무소 복지팀장을 찾아가 시니어 일자리사업 ‘시니어클럽’을 소개받았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시니어클럽은 공익형과 시장형이 있는데, 공익형은 일자리 지원금이 고정적으로 정해진데 반해, 시장형은 기본 지원금과 더불어 수입을 올릴수록 운영비나 보조금·인건비 등도 유동적으로 연결돼 운영된다.

“시니어클럽에서 저희가 자리잡기까지 인건비를 적극 지원해줘서 일하는데 훨씬 수월했어요.”

▲ 동갑내기 마을주민이 당일 생산한 해바라기기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배운것을 내것으로 만든다
흥림2리는 작년 해바라기기름을 짜내는 법을 터득하고 추석을 앞두고는 강정 제조기술을 새롭게 배우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해바라기기름과 더불어 강정 만드는 것에도 정성을 쏟고 있어요. 해바라기기름은 씨앗을 몇 도에서 볶고 쪄내야 최상의 기름을 생산하는지 주말마다 이장님네와 모여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든 결과물이에요. 마찬가지로 강정도 쌀을 어떻게 볶거나 튀겨야 쫀득한 식감이 되는지 실험했어요. 농업기술센터에서 전체적인 방법을 배운 것은 기본이고 그 다음 노력이 저희만의 노하우를 만들어냈어요.”

추석 대목을 앞두고 가공현장에는 92세 여성노인이 쌀이나 깨를 볶으면 88세 노인이 볶아진 곡물을 선별한다. ‘고참엄마’들이 강정의 시작을 책임지면 동생들이 해바라기씨, 아몬드, 호두 등을 섞어 틀에 맞춰 단단히 만들고 한입 크기로 강정을 자른다. 노동 강도에 맞춰 연령층을 분배했다. 작업시간은 하루 3시간이다.

앞으로 해바라기사업은…
흥림2리를 이끌어 온 이장, 부녀회장, 시니어클럽의 각오를 들어봤다.

“앞으로 3년 안에 확실히 성장해서 서천군을 대표하는 해바라기 가공업체로 우뚝 서고 싶어요. 이를 위해 아몬드나 호두는 어렵지만 쌀, 깨처럼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는 모두 마을에서 생산하기로 주민들과 마음을 맞췄어요. 우리농산물로만 수매하고 마을자체의 수익사업으로 발전시켜 의미를 지켜나가고 싶어요.(부녀회장)”

“마을 어른들께서 소득의 기쁨으로 노년이 행복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고, 해바라기 생산과 수매에도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시니어클럽)”

“농업으로 생산부터 수매·가공·판매까지 한 마을에서 이뤄지는 것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해바라기 생산에 심혈을 기울여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힘쓰겠습니다.(이장)”

중장년의 동생일꾼들은 최고령의 ‘고참엄마’들과 함께 일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이에 고령여성이 쌀을 볶는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빨리 명절이 왔으면 좋겠어요. 손주들 용돈 줘야 하니까…”

미니인터뷰 : 서천군 지정 ‘시니어클럽’ 장동필 관장

“노인 일자리 창출에 노력합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에 발맞춰 노령인구의 안전한 노후와 이에 따른 일자리 증대가 필요하다. 서천군에서 만난 장동필 관장은 고령화사회에 시니어클럽이 노인일자리 확보에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자체로 사업이 이관돼 앞으로 사업이 쭉쭉 성장해 나갈 겁니다. 저희는 이곳 서천군 해바라기사업처럼 한 사업에 매월 200만 원씩 지자체로부터 지원 되고 있어 담당자가 따라다니며 집중관리를 합니다.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영양성분검사신청, 자가품질검사 신청 등 행정적인 부분을 전담하고, 가공식품의 포장디자인·급여지급을 도맡아 합니다. 또한 노동 강도를 고려해 지속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지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생산된 시니어 농산품의 유통활로에 대해서도 물었다.

“서천읍내에 로컬푸드 매장이 있습니다. 시니어제품들이 주로 진열돼 있고 흥림2리의 해바라기뿐 아니라 서천군에서 생산한 김부각 사업의 농가공품도 함께 진열했습니다. 점차 서천군에서 생산된 시니어제품들로 가득 채워지길 시니어클럽이 발 벗고 나설 계획입니다.”

또한 장동필 관장은 로컬매장의 직원도 나이대가 높은 사람을 채용해 노인일자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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