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정명채 한국농어촌복지포럼 대표

농업을 공공재로 보도록 농정철학 바꾸고 
새로운 정책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들과의 업무 조정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 지금 만들어야 하고 
바꿔야 할 것이라면 지금 바꿔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은 지금의 농업부문에 닥치고 있는 위기적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농정의 틀을 만들고자 하는 깊은 고뇌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농정의 철학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농정은 80년대에 구조개선과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였다면 90년대에는 수입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농업이라는 경제논리적 철학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어렵다는 한계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한 예로 쌀값을 올려서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쌀을 이미 관세화로 개방한 상태에서는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 WTO규정에 따라 관세화를 선언한 때부터 매년 계속적으로 관세가 무너지게 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게 되는 때에 가서는 우리 쌀값을 국제가격 수준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우리 쌀의 생산기반은 급격히 무너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시중가격과의 차액을 80%까지 정부가 직불금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고, 그것도 매년 물가인상률을 감안해 계속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어느 소비자단체는 “왜 농민만 쌀값이 떨어지면 공짜로 돈을 줘야합니까?”라고 항의했다. 이렇게 소비자가(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끌고 가기는 부담스런 일이다. 결국 지금의 직불제도는 쌀농사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으로는 계속가기 어렵게 될 것이다.

유럽은 연합이 되면서 통화정책과 농업만을 통일된 공동정책으로 선택했다. 농업이 안정되지 못하고 농산물이 해외에 종속되면 선진국으로 가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농업의 안정과 자급률 향상이 중요한 목표이며 그 수단으로 농업을 공공재로 선언하고 생태계를 살리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노력만큼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는 국민들에게 “농민들이 물을 살리려고 농약도 일정한 독성 이하로 쓰고, 흙 살리려고 제초제도 안 쓰며 가능하면 무농약으로, 유기농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농업의 공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농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농산물, 건강한 물·토양·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고 설득해 지원정책을 성립시켰다. 똑같이 농민을 지원하면서도 우리는 국민들이 “쌀값이 떨어지면 왜 공짜로 돈을 줍니까?”라고 시비하게 만들고, 유럽은 “건강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농민들을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라고 역성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농업에 대한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쌀은 특히 물농사이기 때문에 논의 지하수 생성 기능, 홍수조절 기능, 토양유실 방지기능과 농약을 적게 쓸수록 환경보전기능을 높게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쌀값을 낮춰 소비를 늘리고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지원하는 방법을 모든 농작물에 적용하게 되면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면서 친환경의 지속가능한 농업이 실현되고, 농산물의 품질고급화와 안전먹거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농업을 공공재로 보도록 농정철학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들과의 업무 조정,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또한 농민의 소득보장을 위해 생산 이후의 가공·저장·유통 등 연관산업 참여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부처들과의 협력체계 수립을 위한 농특위 발족이 시급하다. 그래서 농정공약에 대통령직속의 농어촌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 지금 만들고 바꿔야 할 것이라면 지금 바꿔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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