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귀농, 채식 붐을 불러일으킨 이는 헬렌 니어링ᆞ스콧 니어링 부부다. 이들은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후 경제대공황의 늪에 빠져들던 1930년대에 뉴욕을 떠나 버몬트주의 작은 시골마을로 들어간다. 두 사람은 자연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원칙 ㅡ10년 계획을 세운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들을 적어도 절반 넘게 자급자족 한다 ▲스스로 땀흘려 집을 짓고 ▲땅을 일구어 양식을 장만한다 ▲그럼으로써 이윤만 추구하는 경제에서 할 수 있는 한 벗어난다 ▲돈을 모으지 않는다 ▲따라서 한 해를 살기에 충분한 만큼 노동을 하고 양식을 모았다면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일을 해낸다 ▲집 짐승을 기르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들 부부는 그렇게 스무해를 지냈으며, “시골로 가니 희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10년 계획을 착착 실행해 가며 돌집 열 두채를 손수 지었다.
이윤추구 경제에서 벗어나려 자급자족을 택했다. 한 해 내내 서리가 내리기도 하는 버몬트에서 유기농법으로 곡식ᆞ채소ᆞ과일ᆞ꽃 등을 풍성하게 가꾸었다.
냉장고 대신 채소 저장소를 만들어 한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되도록 날것으로 먹었다. 쓸 돈 이상으로는 절대 많이 벌려하지 않았다. 비록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데는 실패했지만, 늘 버몬트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애썼다. 이들 부부는 말했다. “어떤 일을 하는 보람은, 그 일이 쉬운가 어려운가, 성공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과 인내, 그 일에 쏟아붓는 노력에 있다”고.

그런가 하면 이들 부부에게 정신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는 <월든>에서 생태주의적 성찰을 보여줬다. 그는 친구 에머슨이 빌려준 도끼 한 자루를 들고 미국 매사추세츠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로 들어가 백송나무를 베어 오두막집을 짓고 2년2개월 남짓 홀로 산 체험기록을 <월든>으로 남겼다.
그는, 자연은 단순히 재산 획득의 수단으로, 교환가치로서만 의미를 지닐 때 자연은 원래의 모습을 잃고 착취의 대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리하여 그 자신은 이의 극복방안으로 숲속에 홀로 들어가 몸소 자급자족의 소박하고 간소한 삶을 실천했다. 그 가운데 크게 자리한 것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이었다.

최근 국내 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후 대책으로 귀농ᆞ귀촌에 빗댄 ‘귀산(歸山)’ ‘산(山)테크’가 뜬다고 부산하다. 그것도 산림청 산하기관이 앞장 서서 “전원생활을 통해 건강 챙기고 노후 수익도 올린다”면서 귀산촌 아카데미에 귀산 입문강좌까지 개설하면서 법석을 떨고 있다. 그런 판에 임야에 적합한 품종을 재배해 가공ᆞ판매하는 ‘산테크’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고작해야 국유림이 전 국토 임야의 30%도 안되는 형편에서 ‘귀산촌’을 권유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새삼 스콧ᆞ헬렌 니어링 부부의 숲속의 삶이 떠오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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