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9)

목화산업 부활은 어렵다.
그러나 옷까지는 아니어도, 
생리대나 아기 기저귀에 착안하면
목화산업에 ‘길’은 있지 않을까…

동네 어귀에 넓디넓은 목화밭이 있었다. 가난하던 시절이다. 목화밭은 개구쟁이들의 군것질‘창고’였다. 하얀 목화로 피기 전, 미처 덜 익은 씨 부분이 다래 맛처럼 달큰하다 해서,‘목화다래’라 불리며 아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 밭을 휘젓고 다니다가“목화농사 망친다”며 자주 혼꾸멍이 나기도했지만, 목화와 목화밭은 나이든 사람에게는 그렇게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 알다시피 목화는 고려 말 문익점이 원나라로부터 씨앗을 가져온 이래, 오랜 세월 이 나라 백성들의 헐벗음을 해결해 줬으나, 화학섬유 등 신소재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목화가 어제오늘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들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면직물 생리대에 주목하면서 그렇다. 

사실 생리대 문제는 심각하다. 인구의 반이 여성이고, 10대 중반부터 4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생리대를 착용해야 하며, 건강한 아이를 낳아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기나 노인이 사용하는 기저귀에도 생리대와 비슷한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생리대 시장이 요동을 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동안 대형마트 한편에 밀려있던‘면 생리대’가 동이 나고, 해외직구로 무작정 수입 생리대를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미국 생리대에서도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국내 제품보다 더 많이 나왔고, 프랑스에서도 생리대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가 시작됐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 여성들이‘안전한 생리대’를 찾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안전한 생리대란 무엇인가. 면직물을 접어 만든 전통생리대일 뿐이다. 빨아서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일회용 생리대와 달리 환경오염 염려도 없다.

면직물은 신석기시대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찍이 인도는 이 면직물로 세계최고의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인도의 면직물은 유럽인들에게 천상의 직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면직물은 보온성, 흡습성에, 통기성이 좋고 질기다. 물에 젖으면 강도가 더 강해져서 세탁에도 강하다. 뿐만 아니라 가볍고 다양한 염색도 가능해 모직물과는 비교되지 않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아니 유럽인들이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삽시간에 유럽인들의 외피를 모직물에서 면직물로 바꿔 버렸다. 이 면직물을 욕심낸 영국이 무력으로 인도를 삼켜버리고, 영국은 여세를 몰아 산업혁명을 성공시켰다. 말하자면 목화의 힘이었다.

목화는 우리 조상들에게도 중요한 소재였다. 옷감의 재료 외에도 쓰임새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목화 대는 땔감으로, 솜을 빼고 나오는 씨앗은 기름을 짜서 먹고, 그 찌꺼기는 사료나 비료로 썼다. 오늘날에도 고운 솜으로 고급 화선지나 지폐 제조에, 거친 솜은 셀룰로이드 재료로 사용한다. 

어차피 지금 목화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옷까지는 아니어도, 안전한 생리대나 아기 기저귀정도에 착안한다면, 정부에서도 이 부분에 눈을 돌린다면, ‘길’은 있지 않을까. 목화가 그립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