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되자 농업계에서 실망과 분노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기금 총지출 규모는 올해 대비 53억 원 증액된 14조4940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겨우 0.04% 증액된 수치다. 내년도 전체 정부예산은 429조 원으로 전년 대비 7.1%나 크게 증가했는데, 농업 예산 증가율은 지난 5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농업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83%에서 내년에는 3.38% 크게 줄었다. 농업을 홀대했다는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그 정도가 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대통령이 농어업을 직접 챙기겠다고”고 공언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도 “농업은 국가에 기여하는 공익적 기능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돼야 하고, 예산 비중도 대폭 늘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정책 최고 책임자의 공언이 허언으로 되돌아왔다. 100대 국정과제에서 농업계에 실망감을 안기더니 내년도 농업예산안으로 대못을 박는 형국이다. 봄가뭄과 여름철 폭우 등 기상재해, 조류 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 확산에 이어 최근 불거진 살충제 계란 등으로 상처를 입은 농심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등을 돌려버리는 새정부의 농업 홀대에 농업계가 분노하고 있다.

여름이 막바지로 치닫고 곧 결실의 계절이 온다. 벌써부터 수확기 농산물 수급과 가격이 걱정된다. 올 가을 농민들은 또 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에 희망을 걸었던 농민들은 무척이나 힘든 가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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