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의료협동조합이 농촌의료 사각 메운다③ : 전주 의료협동조합 사례를 듣다

▲ 전주의료협동조합 이홍락 이사장은 전북 부안에서 채소농사를 지으며 농촌의료복지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조합원 참여와 관심이

의료협동조합 생존조건

지난 호에 안성과 홍성이 농촌에서 각자의 역량을 펼치며 의료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에 만나본 전주의료협동조합은 의료협동조합의 현실적 애로사항과 그에 대비해야 하는 의료협동조합의 생존전략을 공유하고 조합원과 의료인이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농촌주민이 참여하는 의료복지
전주의료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한의원은 2004년에 출범해 올해로 14년 차를 맞았다. 조합원 수는 800여 명으로 최근 치과를 추가개원하며 큰 어려움 없이 진료와 건강예방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홍락 전주의료협동조합 이사장은 1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조합원 수가 많지 않아 어렵다고 토로했다. 

“농촌에 의료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조합원 수가 500명 이상 필요합니다. 처음 저희 의료협동조합이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300명이 기준이었는데, 의료요건이 현실에 맞게 강화될 필요가 있어 500명 이상으로 법이 개정됐지요. 의료요건은 나아질지언정, 사람 모으기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2년 전 충남 홍성에 만들어진 홍성의료생협이 의료서비스를 펼치고 있지만 의료협동조합으로 불리지 못하고 생활협동조합의 하나가 된 이유기도 합니다.”

이홍락 이사장은 인구수가 적은 농촌 현실을 걱정하며 조합원과 합심해 운영되는 의료협동조합 특성이 제대로 나타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령자가 많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농촌에 소신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모순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양심 있는 진료와 더불어 다 같이 건강예방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는 의료협동조합의 존재를 농촌주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의사보다 조합원이 주인인 병원
주민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참여하는 의료협동조합은 조합원이 많을수록 병원에 대한 환자의 신뢰감도 커져 조합원과 환자 모두 성장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건강을 지키려는 조합원이 많을수록 지역도 덩달아 건강해집니다. 농촌이 다 함께 건강하기란 혼자 힘으론 어림없지만 ‘그걸 한 번 해보자’하고 한뜻으로 뭉친 게 전국의 의료협동조합들입니다. 의료협동조합에서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농촌지역 건강에도 일조할 수 있도록 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이사장은 대표적인 예시로 농촌지역에 공해사업이 들어오면 아무리 건강해도 지속적으로 건강을 지키기 어려워진다며, 지역주민들이 다함께 문제에 대처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이 건강하려면 지역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산책·독서토론·요가 등 
생산적 교육 진행

소모임, 조합원 유지와 의료복지 활성화
그럼에도 농촌의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특히 농번기는 조합원들이 영농활동에 매진해 의료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 
“한마디로 먹고 살기 바빠서 조합원들이 의료협동조합을 뒷전으로 밀고 관심과 활동이 부진해지면 저희 역시 운영이 어려워집니다. 건강예방활동이 뜸해지면 건강을 향한 의지도 줄고 환자들도 몸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내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최대한 다양한 건강예방소모임을 미리 계획해 병원과 조합원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전주의료협동조합은 다양한 소모임을 기획해 운영해왔다. 보름날 달빛산책, 농업전문지인 녹색평론 읽기 모임, 건강에 대한 책 읽고 강사와 함께 이야기 듣고 토론하기부터 요가교실, 탁구모임, 자전거타기, 산행 등 생산적인 교육과 건강을 위한 운동모임 등이 개원 이후 활발히 이어졌다. 
끝으로 이홍락 이사장은 일본에서 학업을 마친 것을 적극 활용해 전주의료협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앞으로는 일본어 공부 모임을 구상 중입니다. 농업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도 풍족해지도록 다양한 소모임으로 건강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의료복지를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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