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식품공포 해방…소비자가 나선다

▲ 소비자의 식품 선택이 신중해졌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베이컨이나 햄 같은 가공육 제품도 뒷면의 식품 표기를 꼼꼼히 읽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른 먹거리 생산·소비 위한 ‘먹거리공동체’ 활동 
건강 먹거리 중요성 알고, 우리농산물 가치 인정해야

‘식품 공포’라는 말이 생길만큼 먹거리 안전에 불안감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근래 들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중 살충제 계란 사건은 만약 유럽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모른 채 하고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던 일이라서 소비자들은 더 가슴을 쓸어내렸다. 
더구나 모든 먹거리의 세계화가 이루어진 지금, 수입 농산물 안전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럽에서 E형 간염 유발 논란을 빚고 있는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로 만든 베이컨과 햄이 국내에 유통되었다 하니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근심이 커져서 식품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고, 올바른 먹거리를 찾기 위한 자발적 노력들이 생겨나고 있다. 

DDT 성분 검출 계란의 경고
“이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쌀과 김치만 먹고 살아야 하나?”
이런 걱정들 속에 소비자들이 먹거리 안전뿐 아니라 환경파괴의 무서움까지 깨우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DDT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중에서 유정란을 생산해 생협 한살림에 납품하던 경북 영천지역 한 농가의 계란에서 이미 30여 년 전에 국내에서 생산판매가 중단된 DDT 농약 성분이 검출된 사건이다.  

한살림 측은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닭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처 토양오염 생산관리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통감한다”고 공고를 통해 사죄했다. 
오염된 토양 속에서 뒹굴며 자란 닭이 나은 유정란에서 농가에서 사용한 적 없는 DDT성분이 나온 것은 토양 오염에 대한 경각심과 아울러 생태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린 계기가 됐다. 수십 년 전에 살포된 농약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축산 기반과 우리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됐다.
한살림 측은 “유정란의 출하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방역당국의 검사와는 별도로 정기검사와 생산체계를 더욱 세심하게 보완하겠다”고 호소했다.

▲ 도시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가 신뢰를 기반으로 상생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농협에서는 찾아가는 도농공감 활동을 펼쳐 바른 먹거리를 알리고 있다.

환경과 생태까지 고려한 ‘착한 소비’ 봇물

올곧게 농사짓는 농민 응원
소비자의 반응은 이에 호응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분당 정자동의 한살림 계란 코너는 이미 계란이 동이 나 있어 일반 대형마트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같은 날 찾은 수원 대형마트의 계란 코너에는 30알 한판 특란을 5960원에 할인판매 하고 있었지만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7500원 선이던 닭 한 마리도 5420원에 가격을 내려 판매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이 싸늘했던 것과는 한살림 매장 풍경은 대조적이었다. 
한살림 생협에서 만난 분당 정자동에 사는 이 모씨는 “이번 참에 가족의 건강을 위해 생협에 가입했다”면서 “살충제 계란으로 인해 먹거리가 얼마나 우리 몸에 중요한지 새삼 깨우친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살림 측은 생협 조합원이 참여하는 자주적 점검활동을 유정란 생산지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해 소비자 스스로가 생산 방식과 생산 과정에 대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인증제도 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합원의 유정란 산지 견학으로 신뢰를 쌓는 등 오히려 살충제 계란의 위기를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살림과 비슷한 유형의 생산자, 생산방법 생산원가 등이 완벽하게 공개되는 아이쿱 생협, 두레 생협, 초록마을 등의 상황도 엇비슷하다. 

소비자단체, 농업과의 상생의 길 모색
“정부는 관리의 총체적 부실로 인해 초래된 살충제 계란 사건에 책임을 지고 땜질식 처리가 아닌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며 살충제 계란 파장에 분노했던 소비자단체들도 소비자의 안전 먹거리 확보는 물론 농부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섰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력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상생의 길을 제시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방법들을 취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순옥 이사는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고 농산물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을 위한 ‘우리농산물 먹거리 공동체’(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CSA)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추진 계획을 밝혔다. 

CSA사업은 우리농산물의 재배에서 수확까지 눈으로 확인하고 소통하는 도농 먹거리 상생프로젝트다. 소비자들이 사전계약을 통해 종잣돈을 미리 농가에 제공하고 소비자는 수확기에 농산물을 지급받는다. 농업인은 안정적으로 농사에 전념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CSA사업은 소비자에게 무조건 값싼 농산물을 찾기 보다는 우리 농업의 어려움을 알리고 농산물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 생산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농협의 소속 생산자와 소비자 두 여성단체 교류도 눈에 띈다. 고향주부모임에서 1억 원의 농산물펀드를 조성해 농가주부모임에 전달했다. 농부에게 투자하고 믿을 수 있고 건강한 먹거리로 돌려받겠다는 의도다. 고향주부모임 소비자 3231명이 참여해 30명의 농가에서 생산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대표되는 먹거리 공포를 통해 소비자들은 인식의 전환을 갖게 됐다. 값싼 먹거리보다 바른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점이다. 또 환경과 생태, 농업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순옥 이사는 “소비자들은 값싼 것만을 찾기보다  농가에게 합당한 소득을 보장하는 판매루트를 개척하는 일과 생산자 역시 합당한 가격을 제시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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