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이 힘이다! - 충남 아산시 ‘코끼리마늘’

▲ 꽃차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구미순 씨는 토종작물인 코끼리마늘의 가능성을 믿고 직접 재배해서 가공까지 하고 있다.

매운 맛과 향 적어 외국에서 먼저 주목
아미노산·비타민A 등 유효성분 많아…가공용 제격

생물 유전자원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자원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정하게 나누도록 하는 국제협약 ‘나고야의정서’의 발효가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17일 시작됐다. 국립종자원은 향후 10년간 유전자원 제공국에 약 754억~2263억 원의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할 정도로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위기로만 보지말고 토종자원의 가치를 깨닫고 개발과 연구, 상품화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코끼리마늘은 우리나라 토종 작물로서 1940년대까지 국내에서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자취를 감췄고 일부식물원이 화려한 꽃 때문에 미국에서 수입해 관상용으로 재배하던 중 2007년 미국이 코끼리마늘 유전자원을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로 영구 반환하면서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됐다.

일반 마늘보다 7~10배 정도 크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elephant garlic’, 즉 코끼리마늘로 불려졌고 매운 맛과 향이 덜해 구었을 때는 단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특유의 향과 감칠맛 때문에 난지형·한지형 마늘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코끼리마늘을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로 샐러드로 요리하거나 찌고 구워먹는 요리의 재료로서 각광받고 있다.

▲ 코끼리마늘은 일반 마늘보다 약 7~10배 정도 큰 것이 특징이다.

코끼리마늘의 국내 도입에 앞장섰던 충남 태안의 근홍중학교 최기학 교장으로부터 코끼리마늘을 처음 접했다는 충남 아산의 구미순 씨.

처음에는 양파같기도 하고, 감자같기도 해서 전혀 마늘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코끼리마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꽃차소믈리에 자격증도 갖고 있는 구미순 씨는 농가창고를 개조해 만든 ‘가현’이라는 꽃차 전문점에서 직접 키운 농산물을 재료로 한 연잎밥정식도 판매하고 규방공예도 가르치고 있다. 오래전부터 심신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힐링푸드에 대한 구미순 씨의 관심이 코끼리마늘 재배와 가공까지 이어진 것이다.

“손수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면서 제가 느낀 최고의 건강법은 결국 신토불이, 우리 땅에서 오랫동안 나고 자라왔던 것들을 먹는 거예요. 코끼리마늘도 맛과 향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장점 말고도 음식으로 꼭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과 비타민A가 일반마늘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가공할 수 있어 농가 입장에서도 좋아요.”

종자판매도 일부 하고 있지만 구미순 씨는 지난해 즉석식품제조허가를 받아 코끼리마늘을 장아찌, 마늘차, 마늘진액, 흑마늘, 발효정과로 가공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특히 흑마늘로 가공 시 당도가 향상되고 유효성분이 크게 증가하며 쫀득쫀득한 식감도 일품이라고 한다. 발효과정을 거치면 생마늘에 없는 유효성분이 높아져 가공용으로 제격인 것이다.

▲ 곰마늘이라는 브랜드로 가공한 장아찌, 차, 흑마늘, 진액, 정과 등의 제품.

“일반 마늘은 숙성해도 아린 맛이 남는데, 코끼리마늘은 아린 맛이 적고 단맛이 있어 한번 먹어본 이들은 이게 마늘 맞냐며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해요. 겨울에 코끼리마늘로 만든 차를 먹은 손님들이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도 탁월해요.”

파종시기를 잘못 맞추고 보관을 잘못하는 등 여러 시행착오 끝에 꾸준히 점차 수확량이 늘어가고 있지만 코끼리마늘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은 낮은 상황이라 구미순 씨도 판로개척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곰마늘’이라는 브랜드도 등록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로개척의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는 구미순 씨의 현재 걱정거리는 또다른 곳에 있다고.

개인의 능력으로 한계가 있는 개선된 재배방벙, 보관법, 가공방법과 판로 부분에 대한 관계기관의 도움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다.

▲ 도입 초기에 코끼리마늘은 화려한 꽃 때문에 관상용으로 주로 판매됐었다.

“마늘을 주로 생으로 먹거나 양념용으로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코끼리마늘이 아직은 낯선 게 당연해요. 하지만 올해 일본의 건강제조식품 회사에서 코끼리마늘을 수입해 갈 정도로 기능성을 갖춘 가공식품 원료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건강기능성 가공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고,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외식산업의 발전은 코끼리마늘에게 분명 호재다. 관계기관의 전문적인 뒷받침이 더 이뤄지면 코끼리마늘이 내수와 수출시장의 효자품목이 될 수 있다고 구미순 씨는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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