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란 한판 1,800g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이 1년에 평균 267개를 먹는다는 계란 한 알에 무한경쟁의 산업화 물결 가운데 희생만을 강요당해 왔던 농업인과 농업문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달걀 한판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어려서 닭을 키워 봤던 나도 무지했다. 늦었지만 이제야 유기축산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열쇠가 바로 식품의 안전과 농산물에 대한 신뢰였다.

정부가 ‘살충제 계란’을 어린아이가 26개를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하는 말은 이제 소비자들에게 씨알도 안 먹히는 얘기일 뿐이다. 살충제 빼고라도 아이가 하루에 계란 1개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식약처와 농식품부의 엇박자를 노출하면서 대통령 직속의 ‘농어업특별위원회’와 ‘농어업회의소’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물 살리고, 흙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환경농업에 대한 직불금 지급의 방향이 결국은 도시 소비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농정개혁의 방향이 어느 날 갑자기 달걀 한판에 모아졌다. 모든 질문과 대답이 이 달걀을 “믿고 먹어도 될 수 있는가?”라는 화두 속에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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