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윤성아 방송작가

사람들은 사회와 시대 변화의 동태를 관찰하고 조명, 비판해 주는 TV와 라디오 방송의
시사, 교양프로를 애청하며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찾기도 한다. 
또한 문화, 예술, 스포츠, 연예, 오락 등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활력과 감성을 얻어내고 정서를 윤택하게 가다듬는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핵심 주역인 방송작가의 역할과 제작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자
윤성아 방송작가를 만났다. 

 

성실히 경청하고 
들은대로 잘 전달하는 게
방송작가의 사명이자 역할

타인의 말 잘 경청해 전달하고 글쓰기 능력 갖춰야 좋은 작가 돼
“저는 이화여대 사범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습니다. 부전공으로 사회교육을 전공해 사회학과 국제정치수업을 들었지요. 1995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려다 SBS교양국의 방송작가 선발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합격했습니다. 합격 후 교양국에 배치돼 아침방송‘모닝와이드’와‘이경실의 세상을 만들자’토크쇼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면서 방송작가의 길을 걷게 됐지요.”

먼저 유능한 방송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물었다.
“저는 오래 기억되는 작가가 되고자 학교에서 배운 것에 더해 사람들의 생각과 사회변화를 잘 관찰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고자 늘 노력합니다. 더불어 글쓰기 능력 개발에도 힘쓰고 있죠.”

윤 작가는 작가 입문 초기에 글쓰는 실력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의 삶을 잘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그것을 글로 잘 표현해 내려고 애썼다고 한다.
생소한 주제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작가 자신의 생각에 얽매이거나 속단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취재인물이 학자라면 그분이 평생 축적한 지혜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취재 인물의 삶 속에서 녹아내린 목소리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의미 있는 영향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성실하게 경청하고 들은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잘 전달하려 애쓴다고 했다. 이게 방송작가의 사명이고 역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윤 작가는 방송이란 국민의 공공재(公共財)라고 했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방송제작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사명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 자료를 수집하고 검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가 역사와 사회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서인지 역사와 사회 동태를 관찰하고 비판하는 프로그램 제작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꿈이 작가 입문 6년 차인 2000년에 이뤄졌다며 뿌듯해했다.
 

다큐방송으로 생명존중과 베풂의 가치 감동 전할 수 있어 행복해
아침프로를 같이 만들던 PD가‘그것이 알고 싶다’프로그램 제작을 맡아 윤 작가를 발탁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한 결과인지 28살의 어린 나이에 그는 SBS 다큐 간판프로인‘그것이 알고 싶다’의 메인 작가가 됐다. 시청률이 15~20%인 주요 프로그램의 중책을 맡게 된 중압감으로 담대한 모습을 보이려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그는 이 프로를 제작하는 25개월 동안 25편을 만들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기 기증사업 초기에는 통합관리가 안돼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 환자가 먼저 기증받는 일이 빈번했어요. 2001년 기증 시스템이 통합관리가 되면서 기증 촉진 캠페인 프로를 맡게 됐죠. 방송일자가 다가오는데도 뇌사자가 나오지 않아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죠.  어느 날 새벽 2시경에 대구 동산병원에서 뇌사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PD와 촬영팀이 현장에 출동해 급하게 영상을 찍어왔죠. 방송편집을 위해 영상을 확인하는데 기증이 결정되자 뇌사자의 누나가‘내 동생은 평생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참혹하게 죽다니 하느님이 원망스럽습니다. 너무 불쌍합니다’라며 울부짖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네요. 뇌사자는 45세의 김정수씨로 노동과다 탓인지 깡말라서 70대 노인처럼 보였어요. 저 몸으로 어떻게 힘든 노동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가련해 보였어요. 그런데 장기를 적출하려고 배를 개복해 보니 간이 핑크색으로 아주 건강했고 다른 장기도 튼튼했어요. 좋은 장기를 적출해내자 의사들과 기증 받을 가족들이 기뻐 환호하던 모습이 영상에 담겼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뇌사자인 김정수씨는 사경을 헤메던 7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떠났다. 윤 작가는 뇌사자 김정수씨가 남에게 생명을 이어준 것에 감사하며 이런 귀한 베풂의 가치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사례를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한다.

윤 작가는 다큐방송을 만드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감동과 가치가 있는 무척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2005년‘광복60주년 SBS스페셜 조용필, 평양에서 부르는 꿈의 아리랑’을 꼽았다. 
“진정한 의미에서 평양에서의 최초 단독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장비를 싣고 가 화려한 서울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고 우리의 대중공연문화를 유감없이 선보인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저는 남북관계가 좋아져 갈라진 한민족을 하나로 봉합하고 싶은 설레는 마음으로 북한에 갔었죠. 북한의 순안공항을 내리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자연과 사람의 모습이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라는 벅찬 감격이 밀려왔어요. 마치 잃었던 쌍둥이 동생을 찾은 것 같은 가슴 뭉클해짐을 느꼈지요. 그런데 북한 요원이 다가와 공연실황 녹화테이프를 검열하는 순간 남북분단의 차디찬 현실이 체감돼 절로 몸이 움츠러들더군요.”
 

탈북민도 돕고, 통일을 대비하는 프로그램 제작하고파
그는 이 공연을 다녀온 뒤로 탈북민을 돕는 프로그램 제작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합을 이룰 프로그램 제작의 꿈을 갖고 통일을 기다린다고 했다. 

“요즘은 CBS에서 1년 6개월의 제작기간이 소요되는‘다시 쓰는 루터 로드’라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집 다큐멘터리와 우리나라 대표 강연 콘텐츠인‘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세바시’)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세바시’는 TV방송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페이스북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 방송망을 통해 재방영되고 있는데 시청자가 늘고 있어 무척 고무됩니다.”

윤 작가는 최근 소말리아 해적선과의 교전에서 살아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상외과의 이국종 교수가‘세바시’ 방송에 출연해서 강연한 내용이 300여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호응이 커 매우 보람됐다고 말한다. 끝으로 윤 작가는 “좋은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시청자들에게 비판과 칭찬의 글을 아끼지 말고 많이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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