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장바구니를 잊은 세대
박광희 기자  |  history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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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5  09: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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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정작 메르켈 총리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매주 주말이면 퇴근 때 동네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는 것이 마트 직원의 말이었다. 마트 직원들 역시 메르켈 총리가 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정치일로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꼭 이렇게 장을 보고 이침마다 자연과학자 교수인 남편의 아침 식탁을 손수 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그 일은 나에게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며, 남편도 이런 나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며“우리 부부는 정치와 일상생활을 조화롭게 영위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참으로 우리와 달라도 너무도 다른 정서여서 부럽기까 지 하다.
그 영예로운 한 나라 대통령을 지내고도 이웃 동네 사랑방에 마실 한 번 못가는 우리네 정치현실과 견주어 보면 어쩌면 이리도 하늘과 땅 차이인지… 그녀가 든 장바구니가 유난히 각별해 보이는 이유다.

예전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께서는 왕골이나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 촘촘히 엮어 짠 질 망태를 쇼핑백 삼아 짊어지고 40리 읍내 장엘 걸어 다니셨다. 농사를 광작(廣作)으로 짓던 부농이었으니 쌀을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필요한 생필품이며 심지어는 돼지새끼, 병아리들도 사서는 그 망태기에 담아 지고 허위허위 집에 오셨다.

그러는 사이사이 할머니와 어머니는 하얀 모시옷 곱게 차려 입고 10리 밖 7일장을 타박타박 걸어다니셨는데, 새까만 가는 전깃줄로 엮어 만든 장바구니는 들거나 머리에 이기에 안성맞춤 이었다. 해질녘 장에서 지쳐 돌아오시는 할머니·어머니의 안쓰러움보다는 불룩한 장바구니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젠 그런 장바구니, 아니 쇼핑백이 더이상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과 휴대폰 앱으로 필요한 물건. 특히 야채, 과일, 식료품 등의 식재료와 반찬거리를 저녁에 주문하면 바로 그 다음날 새벽에 고객의 집 현관 문 앞에 배달해 주는 것이다. 이른바 인터넷 장보기 서비스다.

‘마켓컬리’‘배민프레시’등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밤 10시~12시 사이에 아침밥 재료와 반찬, 샐러드, 산지 직송 농산물을 인터넷과 휴대폰 앱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배달해 준다. 이 새벽 배송시장은 지난 2년 새 10~20배 폭발적으로 급성장해 최근에는 대기업 유통부문도 뛰어들어 치열한 각죽전을 벌이고 있다. G기업은 무려 먹거리 5000종을 주문 다음날 아침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다른 업체의 가정 간편식 새벽 배달 서비스, 반찬 새벽 서비스도 목하 성업 중이다.

이 새벽 배송전쟁의 주 고객은 서울 강남에 사는 30대 엄마들이 전체 가입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2~3인 가구가 60%라니… 아, 미주알 고주알 일상의 행복과 정까지 담아가던 장바구니는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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