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만 하루에 4천만 개 이상 소비되는 중요한 식재료인 달걀의 안전성 문제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이달 초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달걀 파동이 국내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달걀들은 닭에 붙어사는 진드기를 잡기 위해 뿌린 살충제 성분이 달걀에 잔류된 것으로, 이를 먹으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은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앨 때 쓰는 맹독성 물질인데, 세계보건기구는 사람이 피프로닐을 다량 섭취할 경우 신장이나 간, 갑상선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농가의 부주의한 살충제 사용과 함께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더 크게 꼬집고 있다.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이 문제가 되고 나서야 류영진 식약처장은 지난 10일‘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발표했다가 국내 6개 농장의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당시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농식품부 조사결과, 8월17일 현재 전체 검사대상 1239개 농가 중 876개 농가의 검사를 완료해 29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사실 국내산 달걀의 살충제 사용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른 사안이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독한 살충제를 닭들에게 뿌려대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계란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고, 이에 시민단체도 문제를 제기했다. 충분히 예고된 사건인데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했다. 이후 대책도 부실해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며 신뢰를 떨어뜨렸으며 달걀출하 전면금지로 무고한 농가의 피해까지 불러왔다. 흡사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의 재연인 듯 호들갑이었다. 당시 식약처는 멜라민의 유해성을 국민들에게 상세하고 유연하게 설명한 덕에 더 큰 파문 없이 넘어간 적 있다. 하지만 이번 살충제 달걀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불안에 떨게 했다. 물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할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기는 하지만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의 잔류허용과 인체 유해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에 앞서 양계농가에서 사용 가능한 살충제와 안전사용지침, 그리고 이들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곳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교육이 선행됐어야 한다.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인증과 사후관리에도 더 세심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 성분이 잔류된 달걀이 어떻게 친환경 인증을 받아 유통됐는지 국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도대체 누굴 믿고 먹어야 할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양계농장이 직격탄을 맞아 달걀을 외국에서 수입해 먹어야 했다. 달걀값이 채 안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살충제 달걀 파동까지 겹치면서 국내산 달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달걀은 가정이나 식당뿐 아니라 빵이나 과자 등 각종 식품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식재료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강도 높은 대책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곤 한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먹거리 안전파동에 대해 더 이상‘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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