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국제PEN한국본부 손해일 이사장

문학은 글로 인간 내면의 감정과 생각, 시대의 모습을 시나 소설, 수필, 극본(劇本) 등으로 표현해내는 예술의 핵심 장르다. 
사람들은 문학작품으로 메마른 영혼과 정서를 윤택하게 하고, 위로를 받으며 교감·소통을 하게 된다. 이에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고, 
문인은 시대를 조명하는 첨병이라고도 한다. 시인 손해일씨는 세계적인 문인단체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으로 선출돼 지난 3월31일 취임했다.
 손 이사장을 만나 시인으로 살아온 얘기와 국제PEN한국본부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노벨문학상 수상 못하는 원인은 
미흡한 번역 탓…
번역원·인터넷 방송 설립 등으로
국제 위상 제고에 주력할 터

1978년 시문학 통해 등단 제35대 국제PEN본부이사장으로 취임
“서울대 농과대학을 나와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민신문 기자와 편집국장을 거쳐 농협대와 홍익대에서 교수를 지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한 시 쓰기를 꾸준히 습작해 오다 1978년 월간‘시문학’을 통해 등단하게 됐습니다. 이후 시 쓰기에 활력을 얻고자 홍익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농협에서 쌓은 직무경험이 자양분이 된 듯 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이사장(제23대)을 역임하고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을 거쳐 지난 3월31일 제35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제 작품에는 유신체제를 비판한 상징적 시집인‘빛을 위한 탄주’를 시작으로 백제 왕인(王仁)박사의 도일(渡日)행적을 10년간 취재해 써낸‘왕인의 달’이 있지요. 그 밖에 일본의 원폭 피해를 주제로 한 500행 다큐멘터리 시집‘그날의 핵십자가’를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물고기 연작(連作) 유머풍자 작품들을 엮은‘신(新)자산어보’ 등이 있지요. 앞으로는 재미와 교훈, 지식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다큐형 시작품을 주로 쓸 생각입니다.” 

PEN본부는 세계저명문인들의 문학증진, 표현의 자유 수호, 작가공동체 구성이 목표
이어 국제PEN본부 소개와 PEN한국본부에 대해 들어봤다. 
“국제PEN본부는 영국의 여류소설가인 도슨 스코트여사의 발의로 1921년에 설립돼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에 150개 센터가 있습니다. 국제PEN본부의 가장 큰 목표는 세계 저명문인들의 문학증진과 표현의 자유 수호, 범세계적 작가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정부로부터 고통받고 박해당하는 작가들을 보호하고 후원하는 일도 적극 펼치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류 문학으로부터 소외된 나라의 작품을 번역·소개함으로써 이들 나라의 문학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존 골즈워디가 초대 회장을 지냈지요. 단체명을 PEN이라고 한 것은 시인(Poet)·극작가(Playwright)의‘P’, 수필가(essayist) · 편집자(editor)의‘E’, 소설가(novelist)의‘N’을 가리키며, 전체로 펜(pen)을 의미합니다. 신문기자를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특이한 부분이죠.”

PEN의 창립 목적은 첫째 세계 문학인의 표현자유, 둘째 전 세계 문학인의 친목교류·소통, 셋째 사라져가는 소수 언어의 보존, 넷째 핍박받는 투옥작가의 구원을 PEN헌장에 명시해 목적으로 삼고 있다.

1954년 국제PEN한국본부 창립 1955년 정식 회원국에 가입돼
우리나라는 1954년 9월15일 변영로·주요섭·모윤숙·이헌구·김광섭·이무영·백철 등이 발기인대회를 가졌으며, 그해 10월23일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국제PEN한국본부로 공식 출범했다.

다음 해인 1955년 6월 제27차 국제PEN대회(비엔나)에서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돼 올해로 PEN한국본부가 설립된 지 63년차가 된다. 
PEN한국본부는 현재 16개 시·도지부와 미동부와 미서부, 캐나다 해외지부를 포함해 19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은 3700명 정도 된다. 

외국어 번역원 설립과 인터넷 방송국 운영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 기반 조성에 주력
손 이사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을 역임하다 올해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 취임사에서“한국 문학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는 실력 때문이 아니라 세계에 한국문학을 전파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참고로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노벨상은 문학, 화학, 물리학, 의학, 평화, 경제학 5개 부분을 심사하며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나머지 부분은 스웨덴의 3개 기관이 맡고 있다. 

“먼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배출을 위한 기반 조성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한국문학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우수작품의 번역을 소홀히 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에 차질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에 스웨덴어를 비롯한 세계 5개 국어 작품 번역 사업을 서두르고 번역된 작품은 세계 독서시장과 외국기관, 출판계에 널리 유통시킬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PEN한국본부는 번역위원회를 구성, 위원 40명을 위촉해 올 연말까지 번역원 설립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번역원 설립을 위한 법안과 예산, 공간마련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협의도 계획 중입니다.” 

손 이사장은 드라마와 케이-팝(K-POP)이 한류 붐을 타듯 세계 3대 문학상인 스웨덴의 노벨문학상을 비롯해 프랑스의 콩코르상, 영국의 맨부커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한국 문학 붐 조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는 9월12~15일 경주에서 열리는‘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외국인을 다수 초청해 한국 문학작품 붐 조성과 문학을 통한 세계화 촉진에 기여하고자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또 이번 대회에 국내 문인 500여 명의 참가를 독려해 좋은 작품 발굴과 기념문집 발간 등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인터넷 방송을 설립해 한국 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국펜의 국제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영문 PEN문집 발간과 국문 PEN문학지 증면, 격월간 발행을 월간으로 발간시켜 한국 문학의 세계 도약에 최대의 힘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손 이사장은 PEN한국본부와 지역 PEN위원회 간의 원활한 접목과 상생을 위해 제도 보완과 지원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조직 개편과 정관 개정, 회원 상조(相助)규정 보완에도 힘써 회원 권익 향상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 이사장은 “재임 4년 동안 국민 대상 한국문학사랑을 위한 여러 형태의 모임을 자주 가져 한국 문학의 아름다운 정서를 국민 가슴에 깊이 심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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