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며느리 모시기
박광희 기자  |  history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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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8  11: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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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되고 있는 TV프로그램 중에 눈길을 끄는 종편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C-TV의 <며느리 모시기>다. 우선 타이틀이 다분히 도발적이면서도 역발상적이어서 인상적이다. 아, 정말 이제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선택하는 세상인가… 전통사회에서는 감히 꿈도 꾸어보지 못했을 일 아닌가.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 보는 지금의 시대풍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타이틀이다.

이 프로는 결혼적령기 아들을 둔 예비 시어머니 5명과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예비 며느리감 3명이 1박2일간 함께 먹고 자고 지내며 속내를 털어놓고 서로에게 맞는 이상적인 고부상(姑婦像)을 그려내는 리얼리티 매칭 예능프로그램이다. 예비 시어머니들의 요리대결과 며느리감 밥상차리기 등이 다소 거부감을 주긴 하지만, 각본에 매이지 않은 솔직한 대화, 속내 표출 등이 때로 극적인 긴장감을 갖게도 한다. 이 프로에 출연한 예비 시어머니들의 한결같은 고백. 즉“나 같은 시집살이는 절대 겪게 하지 않겠다”면서 자신들의 고되었던 지난날의 시집살이를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짠한 연민을 느끼게도 한다.

예비 며느리감들의 솔직 담백한 답변들도 신세대 젊은이들의 꾸밈없는 의식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어주는 것이어서 때로 보는 이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의 절정은 최종 결정의 선택권이 예비 며느리들에게 있다는 것. 결국 5명의 예비 시어머니 중 2명이 탈락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저 고대시대 함경도지방에 있던 부족국가 동옥저의 결혼풍습이었던‘민며느리제’가 떠오른다. 며느리 모시기(?)는 모시기이되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이를 한자어로는 미리 며느리를 본다 하여 예부제(豫婦制)라 이른다. 장차 며느리를 삼기 위해 여자 나이 10세가 되면 남자 집에 미리 가서 약혼하고, 신랑집에서 머물다 성인이 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여자는 자기 집으로 갔다가 여자 집에서 요구하는 비용을 치르고 다시 며느리로 맞아들이는 제도였다.

이 결혼풍습은 흔히 딸 없는 집에서 여자의 노동력이 필요해 행했던 제도로 고구려 때의 데릴사위제와 유사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혼인비용 마련이 어렵거나 혼인 상대자를 찾지 못할 때, 주로 먹고 살기 힘들었던 빈민층에서 행했던 결혼풍습이었다.

고구려·조선시대에도 그 풍습이 있었으며, 발해에서는 남녀 양가에서 결혼이 허락되면 혼인과정에서 남자가 여자를 훔쳐가고 후에 여자 집에 소·말 등의 물품을 보내는 습속이 있었는데,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과 같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매매혼이나 약탈혼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때 우리 현대사회에서도 흡사 매매혼과 같은 일탈된 습속이 있었다.

소위‘~사’자 직업을 가진 신랑감에게‘마담 뚜’가 제시하는 신부의 혼수감이 아파트·자동차 열쇠가 기본이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취업난에 미혼고령자가 늘어나고 보니 예비시어머니가 며느리감을‘모셔가는’ 시대가 됐다. 그 탓에 예비 시어머니의 마음만 옛적의 고된 시집살이만큼 고달프게 됐다. 결혼이란게 양가 집안의 결합이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란 말은 이젠 고전이 된 세태인 걸… 누구를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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