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8)

통풍이 잘되고 얇아 땀을 잘 말려주는 
시스루도 좋지만

땀의 과학을
의생활에서 이용할 방도를 찾자

여성용에 이어 남성용 시스루 룩(See-through look:안이 들여다보이는 옷)이 등장했다. 물론 더위 때문이다. 미국의 의류 기업‘홀로그램 시티(Hologram City)’가 출시한 이 옷은 꽃무늬 망사로 통풍 100%를 자랑한다고 했다. 남성 반팔 셔츠와 반바지이지만 가까이 보면 맨 몸이 다 보인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땀이 그냥 흐르려다가 말라버릴 듯”,“진짜 요즘 날씨면 눈치 안 보고 입고 싶은 심정이다”, “남자친구 사주고 싶음”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스루 룩은 반투명한 쉬폰이나 망사 같이 가볍고 얇은 재질로 만들기 때문에, 은근슬쩍 인체를 노출하며, 벗은 것보다 훨씬 성적 매력을 자극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시스루는 여성복에 주로 이용돼왔고, 아주 얇아서 입으면 시원하다. 그러나 여성복에서처럼 남성의 성적 매력과 시원함을 함께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인간은 항온 동물로서 약37℃의 열체다. 조물주는 인체가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한편, 언제나 약37℃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들을 우리에게 주셨다. 일반적으로 환경온도가 체온보다 낮기 때문에 전도, 대류, 복사 그리고 증발의 네 가지 물리적 작용으로 몸을 식히며 37℃를 유지한다. 때문에 기온이 높아지면 체열의 발산이 어려워진다. 여름이 힘든 이유다. 

땀은 더울 때 흘리지만, 덥지 않아도 체내에서는 수분이 증발되며 몸을 식혀준다. 인체가 느끼지 못하는 수분증발이다. 대체로 땀은 과열된 체온을 낮춰주는 가장 중요한 방어 메커니즘이지만, 정작 뚝뚝, 또는 주루룩 흘리는 땀은 인체의 열을 식히는 데는 기여하지 못한다. 피부에서 증발하며 체온을 뺏는 땀만이 열을 식히는 온열성 발한이다. 이 외에도 사람은 여러 종류의 땀을 흘린다. 오묘한 창조주의 솜씨다. 극도의 긴장과 놀라움이 있을 때에도 사람은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에서 땀을 분비한다. 이런 땀은 정신성 발한(發汗)이라 하고, 음식물의 신맛, 매운맛 등의 자극에 의해 나는 땀을 미각성 발한이라 한다. 이런 땀들은 체열발산과는 무관하다.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인체의 어느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압박 받은 쪽보다 압박을 받지 않은 쪽에서 땀이 더 많이 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발한반사(發汗反射), 또는 반측발한(反側發汗)이라 한다. 더운 여름날 옆으로 누우면 바닥에 닿는 쪽보다 닿지 않는 반대쪽에서, 의자에 앉았을 때는 하반신보다 상반신의 땀 양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일본의 다카키(高木)씨는 가슴 오른쪽을 연필같이 뾰족한 것으로 누르면 오른쪽 얼굴이나 오른쪽 가슴 부위에서의 땀이 덜나고, 왼쪽은 더 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또한 상체인 가슴 양옆을 동시에 압박하면 상반신 전체의 땀이 억제되므로, 기모노를 입을 때 상반신에 매는 넓은 허리띠를 강하게 묶으면 땀 때문에 화장이 지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복의 치마 말기를 강하게 맬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통풍이 잘되고 얇아 땀을 잘 말려주는 시스루도 좋지만, 이 같은 땀의 과학을 의생활에서 이용할 방도를 더욱 찾아봐야 할 무더위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