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CUS- ‘나고야의정서’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향후 10년간 특용․화훼작물 로열티 754억~2263억 유출
농식품부, 올해 말까지 ‘농업생명자원법’ 개정해 대응

‘미스킴 라일락’ 가져갈 땐 언제고
콩의 원산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라일락꽃도 우리 토종 야생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은 1920년~1960년대까지 한반도의 콩을 무려 5000여종 이상 무단으로 채집해 가서 품종개량을 통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라일락은 1947년 미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우리 토종꽃 야생화‘수수꽃다리’종자를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 세계화시킨 것이다. 그들은 우리 ‘수수꽃다리’를 ‘미스킴 라일락’이라 불렀고 우리도 따라서 그리 불러왔다. 
억울한 일이지만, 2010년 나고야의정서가 의결되기까지는 그게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단지, 우리의 무지를 탓할 뿐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 접근과 그 이용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자원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정하게 나누도록 하는 국제협약으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됐고 2014년에 발효됐다. 그리고 이달 17일부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98번째로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돼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로열티 수천억 제공국에 물을 판
국립종자원 서부지원 소은희 심사과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나고야의정서 및 국내 이행법률에 대한 설명회’를 통해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특용·화훼 등 적용 대상작물의 경우, 향후 10년간 유전자원 제공국에 약 754억~2263억원의 금액을 이익공유 차원에서 돌려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8일 환경부는 17일 시행 예정인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하 유전자원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시행령 제정안이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신고, 해외 유전자원에 대한 절차 준수 신고 등 기업 등이 이행해야 할 의무사항은 1년 간 유예돼 내년 8월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행히 오는 17일부터 당장 폭탄이 돼 농식품 업계와 가공업계에 피해를 주지는 않게 된 것이다. 

기업 의무사항 1년 유예해 충격완화
1년간 유예기간을 둔 것은 의약품과 가공식품 업계의 타격이 당장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수년전부터 유전자원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의 유전자원 중국 의존도는 4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그 다음은 인도가 차지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국내 업계의 이해도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바이오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관한‘나고야의정서 인지도 및 대응실태’설문조사 결과, 대상자의 82%가 주요 규정에 대해 단어만 들어본 정도거나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종자원 품종보호과 김지유 주무관은 “국내외 품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 관리, 토종 자원에 대한‘국내 유전자원관리센터’를 통한 체계적 관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육종자원에 대한 신품종 보호절차 준비, 향후 분쟁에 접어들게 될 품종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의 대비책을 국립종자원 차원에서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부처 연관… ‘컨트롤타워’ 필요

토종종자 육성 기회 될 수도
한편, 나고야의정서 발효를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해외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업계에 경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이나 식품업계도 토종자원 비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최근진 종자생명산업과장은 “토종자원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가 부족했는데, 앞으로 세부적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책 연구과제로 넣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책 연구과제가 진행되면 정밀조사와 이력관리, 특성관리가 될 수 있어 외국에서 우리 토종종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주권주장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무튼, 17일부터 우리나라가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에 진입함에 따라 농업계는 종자에 관한 육종 경과내역을 기재해야만 한다. 문제는 그동안 육종업계 등에서는 해외에서 들여온 종자에 대해 구체적인 기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법적 강제사항도 아니었지만, 이제부터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이력관리가 중요해졌다.
다만, 1년간 유예기간이 지나면 중국 등 유전자원 강국들로부터 국가 간 국제적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적분쟁에 대한 대응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올해 말까지 ‘농업생명자원법’ 개정
나고야의정서와 관련된 정부 내 부처만 해도 환경부와 외교부, 농식품부 등 복잡하다. 국가 간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중 농식품 관련 책임기관도 농촌진흥청, 산림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으로 또다시 세분화 된다. 국가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세부내용과 대응방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말까지 마련하는 ‘농업생명자원법’을 개정해 내용에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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